“소아과 3년차 수련의 고민…캄캄한 미래에 한숨만”

이지현 2022. 12.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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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느끼는 소소한 보람이 그나마 버티는 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직격탄에 문을 닫은 일차의원 폐업도 수두룩하다.

문제는 전공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전공의가 제일 많은 4년차 전공의가 188명인데 내년 1년차로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한 전공의가 33명"이라며 "이렇게 갭이 발생한다면 전국적으로 중한 어린이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제대로 있을지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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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근로자 보다 더한 노동 강도 월급은 최저임근 수준
환자 보호자 멱살잡이에 소송까지 무방비 노출 부담↑
종합병원 전문의 채용 미루고 개원 현장도 혹한기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나는 소아청소년과 3년차 수련의다. 아이를 구하는 일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요즘은 회의감에 한숨을 쉬는 게 일상이다. 수련생 신분 탓에 장시간 노동에도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고 근무강도도 상상을 초월한다. 주당 80시간에 주 2~3회 36시간 연속 근무를 감당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는 ‘그림의 떡’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현장에서 느끼는 소소한 보람이 그나마 버티는 힘이다. 때론 환아 부모들의 삿대질에 회의감마저 든다. 특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여론몰이에 의료진 4명과 간호사 3명은 5년간 소송에 시달리다 최근에야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나도 언제 저런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업계에서 소아환자는 기피대상이 돼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후배 수련의는 줄고 그 공백은 남은 사람의 몫이 됐다. 요즘은 교수들도 당직에 참여하다가 ‘번아웃’으로 사표를 내는 일도 늘고 있다. 그렇다고 개원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직격탄에 문을 닫은 일차의원 폐업도 수두룩하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암담한 미래에 흔들리게 된다. 언제까지 사명감으로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수도권 모 대학병원 관계자, 소아청소년과 수련의·교수 익명 인터뷰 재구성),

필수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의 소아청소년과 지원 현황에 따르면 2019년까지만 해도 해마다 200여명 모집에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했지만, 2020년 지원율이 78.5%로 내려가더니 2021년에는 37.3%로 반 토막 났다. 그리고 올해는 23%, 내년 상반기 지원자는 16.3%까지 내려갔다.

이는 소아청소년과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명 ‘칼잡이’ 흉부외과 전문의 부족사태에서 시작된 상황은 산부인과, 소아과, 핵의학과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한두 해 만에 나온 위기 상황이 아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쓰러진 간호사도 수많은 의사가 있었음에도 해당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어 타병원 이송 중 숨진 것과 같은 상황이 비일비재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기구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지난 7일 마감한 전국 수련병원별 2023년 전기모집 레지던트 지원현황에 따르면 3311명 모집정원(정규정원 3031명, 별도정원 280명)에 3458명이 지원했다. 지원율은 104.4%다. 문제는 전공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과는 102명 모집에 179명이 지원해 지원율 175.5%로 최고를 기록했다. 그 뒤를 성형외과(161.1%), 재활의학과(160.8%), 정신건강의학과(159.0%) 등이 이었다. 반면 핵의학과(13.8%)와 소아청소년과(16.3%)는 10%대에 그쳤다. 그동안 꾸준히 모집 정원의 절반 이상을 채웠던 가정의학과는 처음으로 절반 이하(49.8%)로 내려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전공의가 제일 많은 4년차 전공의가 188명인데 내년 1년차로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한 전공의가 33명”이라며 “이렇게 갭이 발생한다면 전국적으로 중한 어린이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제대로 있을지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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