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건설사가 해상풍력 투자하는 이유... “부유식 발전, 3년 후 게임체인저”

이미호 기자 2022. 1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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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한화건설·대우건설 ‘적극 투자’
새로운 먹거리 발굴... ‘사업 다각화’

지난 5일(현지시각), 세계적인 해상풍력단지로 꼽히는 덴마크 미들그룬덴(Middelgrunden) 주변 기상상황은 썩 좋지 못했다. 먹구름이 가득하고 바람이 세게 불면서,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소에 접안하려던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과 임원들은 갑판 위에서 바라봐야만 했다.

하지만 해상풍력 선진국의 ‘위용’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블레이드(날개)가 ‘붕붕’ 소리를 내며 박 사장의 눈 앞에 왔다 갔다 했다. 박 사장은 “우리 기술 인력이 현장에서 정말 어려운 개발을 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SK에코측은 (고정식이 아닌) 해상풍력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통하는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진행중이다.

덴마크 해상풍력 단지 (Middelgrunden Offshore Wind Farm) 모습./제공=SK에코플랜트

국내 건설사들이 잇따라 해상풍력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다. 고금리 기조로 인한 주택경기 침체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 주력 먹거리인 주택 사업 외에 해상풍력이 ‘중·장기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해상 풍력은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운영과 구조물 제조 등 기존의 ‘건설’ 개념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또 기술 개발 과정에서 특허 등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 투자 요소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상풍력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대표적인 건설사는 SK에코플랜트,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이다.

이 가운데 SK에코플랜트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 사장은 최근 이왕재 에코에너지 BU대표, 이승철 삼강엠앤티 대표 등 주요 임원들과 덴마크 현지를 찾았다. SK에코플랜트 임원들이 덴마크 출장을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방문은 한국-덴마크 녹색성장동맹회의 개최를 계기로 덴마크 정부가 SK에코측을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초청을 받았지만 경영진은 “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완성된 후에 가겠다”며 방문을 미룬 바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덴마크 방문 직전,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건설사에서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며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글로벌에코 비즈니스유닛(BU)을 분리해 해외시장 진출에 집중하기로 했다. 박 사장은 현지에서도 “결국 에너지 전부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그린 에너지, 수소 산업에 주력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메시지를 냈다.

SK에코측이 개발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소는 해저면에 박아 놓는 고정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심과 해저면 형태의 영향을 덜 받는다. 또 연간 발전량이 우수하고, 모든 장소에 동일한 설계로 적용할 수 있다. 예인선을 이용하는 설치 비용뿐만 아니라 해체 비용도 적게 든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 중 부유체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없다. 다만 SK에코측이 지난해 인수한 삼강엠앤티는 고정식 하부구조물(3-4개 다리를 사용하는 재킷)을 설비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 고정식 해상풍력에 대한 솔루션을 가지고 온 셈이다. 코비(COWI)사(社) 등 SK에코측과 만난 덴마크 현지 기업들은 삼강엠앤티의 기존 고객사이거나 직·간접적으로 사업상 연결고리를 갖고 있던 곳들이다.

SK에코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이미 고정식이 대세가 됐다는 점에서 기술의 상당부분이 공개가 됐고 진입 장벽도 낮은 편”이라며 “우리는 고정식의 다음 단계인 부유식 해상풍력을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실제 갖고 있는 포트폴리오도 전부 부유식”이라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총 사업비 2조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인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업(400㎿)을 필두로 보령녹도, 고흥시산, 영광칠해 등 다수 사업 개발을 주관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2GW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달 7일에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에퀴노르는 부유식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단지를 개발한 선도기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대우건설도 ‘신성장 동력 확보’를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집중 공략할 계획으로 ‘굴업도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진출했다. 약 240㎿ 규모의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약 1조3000여억원에 달한다. 또 새로운 형태의 해상풍력 발전기 지지구조물을 개발하는 등 해상풍력발전 설계 및 시공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앞으로 투자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육상풍력이 우위를 보이겠지만 신규 투자 증가율은 해상 풍력이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육상풍력 신규 발전용량 증가율은 15.7%지만, 해상풍력의 증가율은 11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에서도 2025년이 해상풍력사업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유식 해상풍력 종주국인 영국 등 개발 경험이 있는 국가가 전 세계에서 6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우리나라가 기술력이 좋기 때문에 빠른 추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관련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정부는 ‘2050탄소중립 에너지기술 로드맵’을 통해 부유식 기술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주요 과제로 계획했다. 소재, 부품 및 시스템에 이르는 풍력 터빈 관련 산업 뿐만 아니라 발전사업, 건설업, 금융업, 운영 및 유지보수, 표준화·인증 그리고 연구개발 자문 등 종합적인 산업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너지 창출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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