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 김성진이 찍은 화천기계… 무늬만 ‘경영권 분쟁’ 주의보

연선옥 기자 2022. 1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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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열 회장 일가 지분 34%로 안정적
업계 “실제 경영권 분쟁 가능성 크지 않아”

지난 16일 화천기계 주가가 큰 폭 올랐다. 전날 화천기계가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분쟁소송)’이라는 제목으로 낸 공시로 개인 투자자들인 화천기계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것이라고 풀이해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경영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세력이 모두 주식을 매집하기 때문에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날 화천기계 주가가 오르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외부 세력이 화천기계 주식을 상당 규모를 매입한 것은 맞지만,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 주가 끌어올린 ‘경영권 분쟁’ 공시

공작기계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화천기계는 고(故) 권승관 화천그룹 명예회장이 세운 화천기공의 자회사다. 권승관 명예회장의 장남 권영열 회장이 그룹 회장 겸 화천기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176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12억원이었다.

공작기계 시장에서 화천기계의 시장 점유율은 25% 정도로 현대위아와 비슷하다. 이 시장 1위 기업은 올해 DN오토모티브에 인수된 DN솔루션즈(옛 두산공작기계)다.

그래픽=손민균

주식시장에서 화천기계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슈퍼개미’로 유명한 김성진씨가 이끄는 보아스에셋이 지난 4월 화천기계의 주식을 매입하면서부터다. 자산총액 480억원 규모의 보아스에셋은 지난 4월 26일 화천기계의 주식 201만8512주(9.17%)를 매입했다.

당시 보아스 측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을 경영 목적·법령 규정에 맞도록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등 관련 행위들에 대해 행사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보아스는 다음달인 5월 17일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을 10.43%로 끌어올렸다.

이후 보아스는 김성진 대표를 화천기계의 신임 감사로, 보아스 임원들을 화천기계 신규 이사로 선임하라거나 1주당 3500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법원에 이런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을 승인해달라며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하지만 주가는 급등했다. 3000원 부근에서 움직이던 화천기계 주가는 지난 9월 19~21일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치면서 사흘 만에 6800원대로 껑충 뛰었다. 해당 내용이 모두 화천기계 공시로 투자자들에게 알려지면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그런데 보아스 측은 돌연 10월 17일 화천기계 주식을 80만주 가까이 매도했다. 보아스의 지분율은 6.75%로 낮아졌다. 당일 주가는 장중 5800원대였다가 대량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장중 저가 부근인 4300원대에 마감했다. 보아스가 화천기계 주식을 매입했던 4월과 5월 주가는 3200~3500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보아스는 상당한 매도 차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보아스는 10월 다시 한번 주식을 매입한다. 주가가 3700원 부근으로 다소 하락한 시기 28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그리고 보아스는 지난달 회사 내 경영 문제를 확인하겠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검사인 선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 화천그룹 우호 지분 34%… 보아스와 지분 격차 커

‘경영권 분쟁’ 관련 공시가 나오고 있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분 8.09%를 보유한 보아스에셋이 2대 주주로 올라서긴 했지만, 화천기계의 모회사 회천기공의 지분이 29.95%에 이르고, 권영열 회장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34%다. 보아스에셋이 상당한 자금을 들여 장내 매수에 나서지 않는 이상 지분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보아스 측의 지분 매입 이후에도 화천그룹은 추가 지분 매입 등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화천기계 관계자는 “보아스 측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는 것과 경영권 분쟁 이슈를 이용하는 사례를 명확히 구분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아스 측이 정말 화천기계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보다는 보유 지분의 가치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김성진씨는 충남방적(SG글로벌)이나 고려산업, 극동건설 등에 지분 투자해 큰 차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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