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LNG 위기가 불러낸 LPG 역할론

김용래 전 특허청장(세종대 석좌교수) 2022. 1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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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래 전 특허청장(세종대 석좌교수)

올 겨울 유럽이 심상찮다. 러시아가 유럽발 천연가스 파이프를 잠가버리면서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1년새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10배까지 폭등하면서 집에서 샤워조차 마음대로 못한다. 지난달 영국 더이코노미스트는 올 겨울 유럽에서 난방을 하지 못해 최대 18만5000명의 사망자가 나올 거란 분석을 내놨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의 수의 3배가 넘는다.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1년새 LNG가격과 전력 구입비가 2배 넘게 올랐다. 전기·가스요금을 올렸음에도 한전과 가스공사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끝이 아니라 시작일수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LNG는 현물시장이 없다. 필요하다고 아무 때나 사 올 수 없다. 구매계약 후 가스전 개발에 착수한다. 계약 후 배가 들어오기까지 4~5년은 기다려야 한다. 2026년 이후 새로운 LNG 공급프로젝트가 만들어질 때까지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간에 LNG 확보 경쟁으로 가격과 공급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서도 LNG가 모자랄 판이다. 탄소중립 추세로 석탄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LNG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LNG가 없으면 유럽처럼 우리도 국민생활과 경제활동이 위협받게 된다. 특히 LNG 발전소는 전력 피크시 투입된다. LNG가 없으면 전력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03년 겨울 LNG가 없어 LNG발전소에 공급을 제한한 적이 있고, 2005년에는 이상한파로 LNG 수요가 급등하면서 역대 최고가격을 지불하고서야 LNG를 겨우 구한 적이 있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이전보다 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유럽발 LNG 위기가 국내선 LPG(액화석유가스)의 역할 재조명으로 이어져 눈길을 끈다. LPG 이용을 늘려 LNG 수입을 줄일 수 있어서다. 우리는 국토 여건상 다른 나라에서 PNG(배관공급가스)를 끌어올 수도 없고 석유와 석탄은 대안이 아니다. 가장 현실성 있는 대체보완에너지가 LPG다.

지난 9월 중부발전은 LPG·LNG를 동시 사용하는 12MW급 연료전지발전소 운전을 시작했다. SK가스가 건설 중인 1227MW급 울산GPS 발전소도 LPG·LNG 겸용으로 2024년 가동한다. 정부는 LNG 가격이 상승하고 수급이 어려워지자 LPG 혼소를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안보 강화와 도시가스 요금 안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 올해 9월 정부가 발표한 LPG 이용·보급 시책에서도 도시가스 혼소, LPG와 LNG 혼합발전, 도서지역 LPG 발전, LPG 가스히트펌프, LPG 벙커링 등 다양한 LPG 이용 대책이 포함됐다.

과거에도 LPG는 에너지 위기시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1978년 2차 오일쇼크로 나프타공급이 부족해지자 연료전환 차원에서 대규모 LPG 수입이 시작됐다. 연평도 포격사건, 포항 지진시 비상연료로 투입되기로 했다. 일본에서도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 발생시 LNG 배관으로 공급되던 46만가구의 도시가스 공급이 중단된 반면, LPG를 사용하는 가구는 별다른 불편을 겪지 않아 그 진가를 보였다. 이후 국내서도 소형 LPG탱크 보급, 마을단위 LPG 사업이 크게 늘었다.

유럽발 에너지위기와 탄소중립의 여파는 LPG에게 이전과 다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LNG 수급위기시 대체에너지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보완에너지로서 역할이 강조될 것이고 전력, 가스, 신재생등 여타 에너지와의 연계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LPG를 그저 석유제품의 하나로 봐서는 그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LPG정책을 단순히 보급과 이용 확대에 가두어서는 새로운 역할을 해낼 수 없다. 국가에너지계획, 가스수급계획, 전력수급 기본계획과 연계해 가격, 수급안정, 탄소중립, 에너지안보의 종합적인 관점에서 LPG에 역할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김용래 전 특허청장(세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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