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파 피해 온 '3평 고시텔'…"전기장판으로 냉골 버텨요"

유민주 기자 원태성 기자 2022. 12. 1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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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8일 기자가 찾은 서울 용산구의 한 고시텔 방 안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고시텔을 2년째 운영하며 곁에서 노숙자들을 지켜봐온 A씨는 "어떻게 살든 결국 여기가 이분들의 유일한 삶의 터전이라는 것"이라며 "(환경이나 시스템이 개선돼) 이분들이 그나마 마음 편하게 정 붙이고 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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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노숙자들, 고시텔로 이사했지만 환경 열악
주거비 지원으로 쪽방촌 벗어났지만 복잡한 절차에 복지서비스 '그림의 떡'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에 한 고시텔 원룸. 2022.12.10/뉴스1 ⓒNews1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원태성 기자 = 영하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8일 기자가 찾은 서울 용산구의 한 고시텔 방 안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3평 남짓한 작은 공간 속에서 그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곤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누울 정도의 낡은 전기장판이 전부였다.

10년 전까지 서울역 인근 쪽방촌에서 거주하다 겨울철 추위를 피해 이 곳으로 이사왔다는 차모씨(80)는 "5년간 살던 쪽방촌에서는 주인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전기장판을 쓰지 못하게 했는데 그나마 여긴 방은 냉골이지만 전기장판을 하나씩 나눠 준다"고 말했다.

물론 낡은 전기장판이 한겨울 추위를 모두 막아주진 못했다. 차씨에 따르면 웃풍이 심해 이불을 덮은 몸은 조금 따뜻했지만 얼굴은 항상 시려웠다. 그래서 이불을 끝까지 뒤집어 쓰고 웅크려 잘 수밖에 없었다.

고시텔 건물 3층 바닥엔 설치된지 10년 넘은 전기 패널이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새벽에 고시텔 총무가 껐다 켰다를 반복했지만 이제는 누전 위험 때문에 아예 틀 수 없게 됐다.

고시텔 측은 올겨울엔 투숙객들에게 임시로 전기장판을 제공했다. 난방 개선을 위해선 패널을 다 뜯어 공사를 새로해야 하지만 외부의 도움 없이는 고칠 여력이 안 돼 고시텔 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고시텔 노후된 천장 판이 떨어져 건물 3층 배관과 전기선이 보이는 모습. 2022.12.10/뉴스1 ⓒ News1 유민주 기자

추운 겨울 고시텔의 냉골 못지않게 복잡한 복지서비스도 차씨와 같은 노숙자들을 힘들게 하긴 매한가지다.

차씨가 사는 고시텔에는 대부분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거나 기초수급자, 혹은 조금씩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정부 지원금을 받아 거주한다. 차씨도 정부로부터 방세 30만원을 지원 받으면서 쪽방촌을 벗어났지만 그 외 복지혜택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기 위해선 별도의 신청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신청 절차를 밟고 지원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다.

단적인 예로 기초수급자 신청만 해도 수급권자 본인, 친족이나 기타 관계인이 신청하거나,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이 직권신청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이 신청 과정 자체를 버거워 한다.

필수 서류로는 사회보장급여 신청(변경)서, 금융정보 등 제공 동의서(부양의무자 포함) 등이 있으며 필요시 추가로 임대차계약서, 소득재산확인서류, 가족관계기록사항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해마다 시기가 되면 일괄적으로 기초수급자 등 대상인들의 신청을 자동으로 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시텔을 2년째 운영하며 곁에서 노숙자들을 지켜봐온 A씨는 "어떻게 살든 결국 여기가 이분들의 유일한 삶의 터전이라는 것"이라며 "(환경이나 시스템이 개선돼) 이분들이 그나마 마음 편하게 정 붙이고 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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