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3명 중 1명 “월 300만원 벌어야 경제자립”[청년이 바꾼다-금융·재테크]⑤

신현우 기자 2022. 12. 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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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절반 “파이어족 생각한 적 있지만 불가능하다고 본다”
청년들 “중산층, 10억 현금 보유·월 소득 500만원·소비 300만원”

[편집자주] 금리 인상의 여파가 매서운 겨울입니다.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주거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지만 아직 사회초년생인 2030세대에겐 이 겨울 한파가 더욱 매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을 고민하는 청년재단과 <뉴스1>이 이번엔 청년의 건전한 부채관리와 금융재테크를 중심으로 2번째 기획을 꾸렸습니다. 아무쪼록 2000명의 진심 어린 설문이 사회의 출발선에 선 청년들을 위한 금융지원책에 널리 반영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2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창구 모습. 2021.12.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단어 그대로 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을 뜻하는데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경제적 자립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요.

그러나 아쉽게도 경제적 자립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경제적 자립을 할 수단, 즉 돈을 모으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회초년생과 학생들인 2030 세대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주거비·학비 등의 부담은 커지는데 해결책이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졸업이나 취업 후 과거에 쌓였던 빚을 갚으면서 경제적 자립은 더 멀어지는 게 청년들 현실입니다. 실제 청년 A씨는 “청년들이 높은 월세와 학자금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전부터 큰 부채가 생겨 경제적 자립이 어렵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파이어족이 되기보다 현실을 직시하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경제적 자립에 대한 기준도 이를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경제적 자립을 위한 월 소득, 청년 응답자 39% “월 300만원 이상”

청년들이 꼽은 경제적 자립을 위한 월 소득 수준은 1인 가구 도시근로자 월 평균 소득과 비슷했습니다. 실제 <뉴스1>과 청년재단이 함께 지난 11월 22~30일 20~30대 청년 20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경제적 자립을 위한 월 소득 최저 수준’ 질문에는 ‘월 300만원 이상’을 선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3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월 400만원 이상 24.5% △월 500만원 이상 22.6% △월 1000만원 이상 6.3% △월 600만원 이상 4.6% △월 700만원 이상 3%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적 자립과 함께 한동안 수많은 파이어족이 미디어에 등장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사업 성공을 이루거나 투자에 성공해 조기 은퇴를 한 사람들의 인터뷰 말이죠.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고 부러움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러나 ‘나도 가능한가’라는 자문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답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 번쯤 꿈꿨을 삶이지만 현실의 벽이 높다는 걸 냉정히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청년들에게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생각한 적 있지만 불가능하다고 본다’는 응답자(51.4%)가 가장 많았고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중(29%), 삶의 지향이 안 맞아서 추구하고 싶지 않음(19.6%)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파이어족에 대한 부정적 시선보다 어려움에 대한 인식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청년들은 ‘파이어족이 되려면 얼마까지 벌어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전체 응답자의 30.1%가 ‘20억원 이상’을 꼽았습니다. 이어 △10억원 이상 25% △30억원 이상 21.7% △40억~50억원 이상 10.9% △50억~70억원 이상 6.7% △100억원 이상 5.7% 등의 순으로 응답자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직장인이 월급을 모아 ‘20억원’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1인 가구 도시근로자 월 평균 소득을 고스란히 모아도 50년 이상 걸리는 수준입니다. 직급이 오르고 월급이 상승할 수 있지만 그만큼 소비가 발생한다는 점, 대출과 같은 자산을 제외한다는 점 등의 조건이 붙으면 더 큰 벽으로 와 닿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요소들이 감안돼 파이어족 인식에 대한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청년들 “중산층, 10억원 현금 보유·월 소득 500만원·소비 300만원”

청년들에게 중산층에 대한 생각도 물었습니다. 사실 중산층은 사전적 의미로 상류층과 하류층 사이에 있는 중간 정도의 부를 가진 집단을 말하지만 사회적 의미로 볼 때 중산층은 정치·경제적 안전성을 높이는 사회의 필수 동력으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결과부터 종합하면 청년들은 10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채 월 500만원의 돈을 벌면서 300만원의 소비가 가능한 사람을 중산층으로 꼽았습니다. 의외로 집의 유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산층 소득 기준 질문에 대한 답은 △월 500만원 30.9% △월 400만원 12.2% △월 1000만원 10.4% △월 300만원 8.9% △월 600만원 8.7%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중산층의 소비 수준으로 ‘월 300만원(26.2%)’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월 200만원 23.2% △월 500만원 10.8% △월 400만원 8.1% △월 100만원 7.5%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현금보유 기준은 △10억원 23.8% △5억원 15.7% △1억원 11% △3억원 10.3% △20억원 7.6%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집은 무소요(52.4%)가 소유(47.6%)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층에서 집에 대한 소유 인식이 변한 점도 있지만 중산층의 경우 소유하지 않고 전월세 거주 비용을 충분히 지불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삶이 녹록지 않은 청년들 사이에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크게 공감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얼어붙은 글로벌 경기 상황을 냉정히 바라보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수많은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미래의 중산층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다양한 사다리가 필요한 때입니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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