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칼럼] 쌀문제, 현실 직시해야 답 나온다

2022. 12. 19.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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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쌀값이 지난해보다 25%나 하락하자 쌀값 대책이 농정의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됐다.

정부는 쌀값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2005년 이후 모두 350만t을 매입했다.

우선 벼 재배지에 대체작물을 재배해 소득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특정 작물을 전략작물로 정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효과와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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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쌀값이 지난해보다 25%나 하락하자 쌀값 대책이 농정의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됐다. 정치권은 자동격리제, 정부는 대체작물에 대한 보조금을 대책으로 꺼내 들었다. 과연 이들 대안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불편하더라도 현실을 직시해야 바른 답이 나온다.

첫째, 쌀값 하락 추세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소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국내외의 다양한 식품이 넘쳐나 소비자 선택 범위가 날로 넓어지고 있다. 이는 경제발전의 당연한 귀결이다. 쌀 소비 정책에 어느 나라보다 공을 들인 일본도 쌀 소비량 감소를 피하지 못해 1인당 소비량이 2005년 이후에도 14%나 감소했다.

정부는 쌀값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2005년 이후 모두 350만t을 매입했다. 그 대부분을 사료·주정용으로 처분하며 방대한 재정 부담을 감수했다. 또한 벼 재배면적을 줄여 쌀가격을 지지하려는 생산조정 정책에도 수천억원을 들였다. 이런 노력과 재정 부담에도 2005년 이후 수확기 실질 가격은 23%나 하락했다. 일본도 1970년부터 벼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 타작물재배를 지원했다. 사료용 벼와 콩 등 전략작물 50만여㏊에 연간 3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쌀 실질 가격은 2005년 이후 24% 하락했다.

둘째, 초과 생산량을 시장격리 하는 정책이 도리어 가격 변동성을 증폭한 것이 현실이다. 초과량 예측에는 오차가 불가피하고, 수확기 쌀시장에는 투기적·정치적 요소가 작용해 적정량을 시장격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005년 이후 2년에 한번꼴로 시장격리를 단행했음에도 가격 변동성은 도리어 두배 이상 증폭됐다.

이제 수급조절로 가격을 조정하려는 정책에 종언을 고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일본은 이미 2004년에 이런 결단을 단행했다. 공공비축용 100만t 이외에 쌀값 조정을 위한 정부 매입은 없다. 문제는 첫째, 농가가 감당해야 하는 가격 변동 위험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평년 수준의 수취액을 보장하는 가격위험 완충장치를 확립해야 한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주요 농산물에 대해 기준가격과 당년 가격의 차액을 보전하는 제도가 농정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일본도 2000년대부터 쌀·맥류·대두 등에 대해 평년 수입액과 당년 수입액의 차이를 보전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채소에 대해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이런 제도를 시행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가격 변동 위험을 농가가 고스란히 감당하는 선진국은 없다.

둘째, 쌀 소득 감소를 대체할 수 있는가다. 우선 벼 재배지에 대체작물을 재배해 소득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특정 작물을 전략작물로 정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효과와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대체작물이 반드시 콩이나 밀일 이유가 없다. 2005년 이후 논 29만㏊가 밭으로 전환돼 채소·과일 등 다양한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도 논 8만㏊에 벼 이외 다양한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몇몇 특정 작물에 보조금을 줘 재배를 늘리려고 하기보다 주요 농산물에 폭넓은 가격위험을 완충하는 제도를 도입하자. 배수 개선 등 경지 여건을 정비하고 가공 유통업체와 계약재배도 유도하자. 여건만 개선되면 정부가 말하지 않아도 농가가 각각 최선의 대체작물을 선택할 것이다.

생태환경을 보존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농법이 추가 소득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공익형 직불이다. 쌀시장 개입 중단, 폭넓은 농산물 가격위험 완충장치 도입, 선택형 공익직불제 확대를 연계하되 법률로 보장하는 신농정이 필요하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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