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우값 폭락, 누군가는 웃고 있다

박하늘 2022. 12. 19.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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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습니다. 송아지값이 50만원은 더 떨어져야죠."

이달 들어 6∼7개월령 한우 암송아지값은 210만원대로 360만원에 달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150만원이나 떨어졌다.

그런데도 아직 가격이 더 내려가야 한다니? 송아지값이 폭락하면 번식농 기반이 무너져 한우산업 전체 위기로 다가올 텐데 이게 무슨 소린가.

한우고기와 송아지값 폭락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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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습니다. 송아지값이 50만원은 더 떨어져야죠.”

기자 일을 하다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별의별 희한한 소리를 듣는다. 어지간한 말로는 그리 놀라지도 않지만 한 한우농가 입에서 나온 말은 귀를 의심케 했다. 이달 들어 6∼7개월령 한우 암송아지값은 210만원대로 360만원에 달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150만원이나 떨어졌다. 반면 사료값은 크게 올라 생산비 부담은 더 커졌다. 그런데도 아직 가격이 더 내려가야 한다니? 송아지값이 폭락하면 번식농 기반이 무너져 한우산업 전체 위기로 다가올 텐데 이게 무슨 소린가. 이어진 농가의 말은 머리를 한대 맞은 듯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송아지값이 더 떨어져야 축사를 채워넣죠. 먹고살 만한 농가들은 벌써 축사를 정비해놓거나 늘려놓은 지 오래입니다.”

한우고기와 송아지값 폭락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웃고 있다. 오히려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을 기다리며 고사까지 지내는 모양새다. 어떤 한우업계 전직 지도자가 앞에선 ‘선제 수급조절을 진작부터 했어야 했다’고 외치면서 정작 자기 농장의 사육마릿수는 크게 늘려왔다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작금의 한우 공급과잉에 가장 많은 이바지를 한 이들은 소 100마리 이상을 키우는 소위 ‘대농’이다. 사육마릿수 100마리가 넘는 한우농가는 전체 9만명 가운데 9%인 780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한우는 2015년 102만8000마리에서 2021년 139만5000마리로 35.7%나 늘어났다. 6년간 국내에 늘어난 한우 마릿수(61만6000마리)의 59.6%에 달하는 36만7000마리를 이들 9%의 대농이 늘렸다. 농장 한곳당 47마리꼴로 늘어난 셈이다. 반면 전체 한우농가의 77%에 달하는 사육마릿수 50마리 미만 농가들은 농장규모를 예전 수준으로 유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산업의 현재 상황이 전시와 다름없다고들 한다. 자신은 뒤에 숨어서 병사들에게만 ‘돌격 앞으로’를 외친다면 누가 그 지휘관을 따를 것이며 어떻게 그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겠는가.

정부기관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가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해 수급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지만 한우고기값과 송아지값이 폭락하고 있는 지금도 한우 사육마릿수는 늘고 있다.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소를 많이 키우는 대농들부터 수급조절을 실천해야 한다. 다른 농가에 ‘수급조절에 동참하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최소한 자신의 농장 사육마릿수 변동 현황부터 공개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다.

박하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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