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트위터의 지저귐을 걱정한다/윤창수 국제부 차장

윤창수 2022. 12. 19.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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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필자가 한국 언론 중 처음 창업자를 인터뷰했을 때의 트위터는 지금 모습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 4층짜리 건물 한 개 층도 다 쓰지 못했던 트위터 입구에는 직원들이 출퇴근용으로 쓰는 자전거가 여러 대 세워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3명의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비즈 스톤은 "이란의 소요사태와 같은 중요한 일에 우리 같은 신생 기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황송하기만 하다"면서 트위터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보의 공개가 전 세계에 긍정적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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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국제부 차장

2009년 필자가 한국 언론 중 처음 창업자를 인터뷰했을 때의 트위터는 지금 모습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 4층짜리 건물 한 개 층도 다 쓰지 못했던 트위터 입구에는 직원들이 출퇴근용으로 쓰는 자전거가 여러 대 세워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창업 3년차 트위터는 이란에서 벌어진 부정선거 시위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명의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비즈 스톤은 “이란의 소요사태와 같은 중요한 일에 우리 같은 신생 기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황송하기만 하다”면서 트위터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보의 공개가 전 세계에 긍정적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140자 이하의 짧은 글과 사진,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트위터는 ‘지저귀다’란 뜻이지만, 작은 새의 울음이 아니라 지구를 움직이는 거대한 울림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도 사건 사고나 재난이 일어나면 가장 빨리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소식이 공유된다. 2년 전 구리시에서 도로가 꺼지면서 생긴 대형 싱크홀 사진이 제일 먼저 올라온 곳도 트위터였다.

13년 전에도 애플과 같은 대기업의 인수 제의가 있었지만, 트위터 측은 “우리가 강력하고 독립적인 기업이 될 거라 믿고 있으며 그렇게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도 전이라 우승 유망주일 뿐이었던 김연아 선수의 트위터 가입에 감격하며 흥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달 전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440억 달러(약 58조원)를 들여 트위터를 산 이후 엘턴 존, 지지 하디드, 토니 브랙스턴 등 유명 인사들이 속속 떠나고 있다. 인기가수 브랙스턴은 18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버리고 트위터를 떠나면서 “자유 발언을 가장한 혐오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 트위터는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분노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사들이면서 영화 어벤져스에서 손가락을 한 번 튕겨 인류의 절반을 사라지게 만든 악당 타노스처럼 전체 7500여명인 직원의 절반을 해고했다. 그 뒤의 행보 역시 전형적인 기업사냥꾼과 다를 바 없어 전기자동차란 혁신을 이룬 테슬라를 경영하는 사람과 과연 같은 인물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우선 머스크는 대선 패배 이후 트위터를 이용해 폭력시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용 정지당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했다. 또 50년간 코로나19를 비롯한 바이러스와 싸우고 은퇴를 앞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을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트위터를 인수할 때 자신의 개인 제트기 위치를 공개하는 계정도 금지하지 않겠다며 표현의 자유보장이 책무라고 한 발언까지 어겼다. 머스크는 전용기 위치를 트위터에 공유한 대학생에게 5000달러(650만원)를 줄 테니 계정을 삭제해 달라고 했다가 아예 차단해 버렸다.

이어 제트기 위치정보를 공개한 스무살 대학생의 트위터 계정 정지에 대한 기사를 쓴 기자들의 계정까지 정지시켰다. 대학생이 공유한 유명 인사와 부호들의 전용기 위치정보는 연방항공청(FAA)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자사 기자의 트위터 계정이 정지된 CNN,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머스크와 트위터의 언론 자유 정책에 우려를 제기했다. CNN은 트위터 계정 정지에 대해 “이 금지령은 디지털 광장으로 불리는 플랫폼의 미래에 많은 의문이 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머스크에게 인수된 이후 언론계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표현의 자유 정책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은 창업 이후 지난 16년 동안 트위터의 지저귐이 역사를 바꾸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 괴짜 천재가 새의 부리를 틀어막지 않기를 바란다.

윤창수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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