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6명이 300인분 조리…“급식종사자 대부분 근골격계 환자”

정민엽 2022. 12.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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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내 학교급식 종사자 2명이 폐암 확진을 받으면서 학교급식실 근무여건 개선이 교육계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날 인원은 남성 조리사 1명, 50~60대 급식종사자 4명, 기자까지 모두 6명이다.

급식종사자들은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고통도 호소했다.

20년 이상을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한 한 종사자는 무릎 수술을 받았고, 다른 종사자는 이번 겨울 어깨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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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학교 급식실을 가다
적은 인원 탓 안전매뉴얼 무용지물
식기세척 등 뒷정리 업무강도 높아
뜨거운 김·마스크 착용 두통 유발
▲ 급식종사자들의 업무는 조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시로 식판과 조리도구를 세척해야 한다. 정민엽

강원도내 학교급식 종사자 2명이 폐암 확진을 받으면서 학교급식실 근무여건 개선이 교육계 현안으로 떠올랐다. 강원도교육청과 학교비정규직노조 강원지부·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 모두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 돌입하면 이견이 팽팽하다. 결국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신학기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교육계 뜨거운 감자가 된 학교 급식실 현장을 직접 찾았다.

16일 오전. 춘천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 대체인력으로 투입됐다. 이 날을 위해 두 달 전 보건증도 발급받았다. 이날 인원은 남성 조리사 1명, 50~60대 급식종사자 4명, 기자까지 모두 6명이다. 만들어야 될 음식은 300인분. 그나마 고3 학생들이 대다수 빠져 줄었단다. 대체 인력으로 투입된 기자에게 영양사는 “시간에 쫓겨 급하게 일을 하다 손가락이 끼이거나 절단되는 경우가 있다”며 끊임없이 안전을 강조했다.

이날 메뉴인 밥과 부대찌개, 장조림, 피자, 김치, 피클을 만들고 옮겼다. 다른 종사자 한 명과 장조림을 조리했고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햄과 소시지를 잘랐다. 냉동 피자를 먹기 편하게 칼로 잘라내는 작업도 온전히 급식종사자들의 몫이다. 그래도 이날은 수월한 편이라는 게 종사자들의 의견이다. 한 종사자는 “메뉴에 따라서는 튀김 솥 2개를 다 쓰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여름에 튀김을 튀기면 정말 덥고 힘들다”고 했다.

현장에서 안전매뉴얼은 무용지물이다.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교육에서는 5kg 이상의 물건은 두 사람이 나눠 들도록 안내하고 있으나 소수의 인원이 바쁘게 움직이는 급식실에서 권고대로 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쌀 10㎏, 기름 18ℓ등 두 사람이 함께 옮겨야 할 물건도 혼자서 맡아야 한다.

조리보다 힘든 것은 정리다. 설거지는 이날 업무 중 가장 강도가 높았다. 밥알과 잔반이 눌러 붙은 식판을 1차로 세척해야 했다. 식기세척기가 있으나 식판에 붙은 음식물을 전부 세척할 수 없어 일일이 수세미로 식판을 닦아야 했다. 장갑을 끼고 있었으나 물은 뜨거웠고, 식판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습기가 힘들었다. 환풍기가 돌아갔으나 식기세척기가 뿜어내는 뜨거운 스팀은 조리실 주변을 뿌옇게 만들었다. 안경에 김이 서려 앞이 보이지 않았고, 뜨거운 공기와 마스크는 숨을 쉬기 힘들게 만들어 두통을 유발했다. B종사자는 “환풍기가 돌아가도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 겨울에는 창문을 닫고 일하다 보니 급식실 안에 습기가 찬다”고 했다.

급식종사자들은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고통도 호소했다. 20년 이상을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한 한 종사자는 무릎 수술을 받았고, 다른 종사자는 이번 겨울 어깨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C종사자는 “학기 중에 뼈 빠지게 일하고 방학 때는 한의원이나 병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여기는 다 환자들이다”라고 했다.

오후 4시가 돼서야 급식실에서의 업무가 모두 끝났다. 반복된 칼질로 손목은 너무 아팠고, 일하면서 발생한 두통도 지속됐다. 손가락 마디는 물론 온 몸이 욱신거렸다. 무거운 마음으로 급식실을 나섰다. 정민엽 jmy409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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