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강원에 살다] 5. 강원도에 계속 살 것인가 (상)

김여진 2022. 12. 19.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년 5명 중 1명 고향 등졌다 “먹거리 걱정 정착은 글쎄…”
이원학 강원연구원 기조실장 분석 결과
강원도 청년 정착 100명 중 78명
‘정착도 100이상’ 춘천·원주 유일
폐광지역 등 시·군별 편차 심각
접경지 군부대 이전 등 위기요인
유입인구 적어 문화공간 부족
육아수당 등 금전적 지원 확대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필요

올해 30주년을 맞은 강원도민일보가 1992년생(만 30세) 강원도내 청년 20명과 만나면서 심층 인터뷰한 결과, 기존의 청년 인구 유출입관련 통계와 인터뷰 내용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강원 젊은이의 낮은 지역 정착도는 앞선 연구들의 수치로도 드러나 있다. 이원학 강원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청년의 ‘지역정착도’를 자체 분석한 결과 강원도에서는 100명 중 78명이 지역에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6년 당시 5∼9세였던 인구의 합을 100으로 놓고 지난 해 기준 30∼34세 인구가 지역에 얼마나 남아있는지 분석한 결과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 고용동향 심층분석’ 방식을 적용, 올해 최근의 통계자료를 이용해 재분석했다. 이 분석에서 5∼9세 유년시절을 강원도에서 보낸 인구 100명 중 22명은 다른 곳으로 떠났다. 다른 광역 시·도와 비교해 보면 경상(경북 71.3·경남 56.5)과 전라(전북 65.7 ·전남 60.5)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반면 경기는 131.5로 가장 높았고, 충남 123.6, 서울 113.5의 순서로 나타났다. 제주 역시 102.8로 100을 넘었다. 인천 98.9, 대전 94.0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강원도내 시·군별로 편차도 크다. 태백과 정선, 영월 등 폐광지역의 지역 정착도가 가장 낮았다.태백 38.0, 정선 37.1, 영월 40.6의 수치를 보였다. 100명 중 60명 이상이 강원도를 떠났다.

이 분석에서 수치 ‘100’을 넘은 강원도내 도시는 춘천과 원주 2곳 뿐이다. 원주가 120.9로 가장 높았고, 춘천이 107.3 이었다. 강원도 단위 기관의 위치, 공기업 중심의 혁신도시 입주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강릉(70.2)과 속초(70.0)가 그 뒤를 잇고 있지만 격차가 매우 크다.

또 접경지역의 경우 젊은 연령대의 군인과 가족들이 이주해 오면서 화천(84.6), 인제(81.8), 양구(71.4) 등 다른 군 지역 지자체보다 높게 나타났다. 군 부대에 따른 것이므로 어릴 때 부터 계속 살아온 청년들이 남아 있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국방개혁 2.0에 따른 군부대 이전 등 외부 상황에 따라 인구구조가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 요인을 가지고 있다. 인구 구조 뿐 아니라 청년들의 먹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대한 현실적 걱정과 불안감은 청년들의 인터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가게 리모델링을 한 최봉조(화천)씨는 “코로나19가 심할 때는 군인들도 나오지 못하고, 민간인 역시 돌아다니질 못하니 동네가 휑 했고, 매일 나와도 매출로 유지할 수 없었다”며 “그때가 벌써 20대 후반이었으니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일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서 심신이 모두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가 끝났으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언제 또 무엇이 닥칠지 모르겠고 이번엔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을 항상 달고 산다”고 덧붙였다.

철원경찰서 발령을 받으며 강원도로 온 박보람씨는 지역 정착 여부에 대해 “4∼50대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좀 어렵겠다”고 했다. 박 씨는 “군인과 농업인 등 외에는 유입되는 인구가 적어서인지 복합생활문화공간 같은 곳이 생겨도 금방 사라지고 있다”며 “경제적 논리로만 운영되면서 생긴지 1~2년 만에 사라지게 놔둘 것이 아니라 지역 불균형 해소, 주민 복지 차원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백경찰서 강예지씨는 “육아 등 위한 금전적 지원을 수도권보다 더 해줘야 다른 지역과 조금이라도 메리트가 비슷해 지지 않을까 한다. 유입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더 나가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원주에 신혼집을 구해 홍천으로 출퇴근하는 강성진씨는 “(강원도내에서) 원주가 아닌 지역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강원도를 투어하며 살 곳을 찾는 동료도 있었는데 ‘태백의 밤 사진’이라며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사진을 보내왔다. 그것을 보면서 다른 지역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강 씨는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젊은이들이 서울로 나가는 만큼 기업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면 자연 증가로 강원도 인구가 늘거나, 청년이 남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기업 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용 창출을 하는 일자리, 자본의 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월에 사는 이명민씨는 “일에 대한 기회도 문제지만 지역사회가 청년을 인정해주고, 뭔가 할 수 있다는 응원, 지원 등을 해주는 것이 한 사람의 정착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