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영 계획 짠 기업 10곳 중 9곳 "현상 유지·올해보다 긴축"

경총, 2023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 결과 공개

기업 10곳 중 9곳이 내년 경영 계획 기조를 올해처럼 유지하거나 긴축하기로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투자·채용 역시 올해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어 내년 경제를 그만큼 암울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8일 발표한 '2023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 보고서(전국 30인 이상 기업 240개사 대상, 지난달 24일~8일 실시)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 중 내년 경영 계획 최종안을 확정했거나 초안을 만든 기업 비율은 54.2%에 불과했다. 첫 버전도 마련하지 못한 기업이 45.8%나 됐다.

경영 계획을 세우거나 초안을 짠 기업 대상으로 질문한 내년 경영 계획에 대해선 '현상 유지'(68.5%) 또는 '긴축경영'(22.3%)을 하겠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확대 경영'을 계획한 기업은 9.2%에 그쳤다.

이들 기업이 계획한 긴축경영의 실행방안은 '전사적 원가 절감'(72.4%), '유동성 확보'(31.0%), '인력 운용 합리화'(31.0%) 등이었다. 현재 자금 상황이 어렵다(43.0%)고 답한 비율이 높은 것처럼, 자금 확충을 주요 경영계획으로 꼽은 것이다.

투자 계획도 '올해 수준'이라는 응답(66.9%)이 가장 많았고, 올해 대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5.4%뿐이었다. 채용계획 역시 대다수인 61.5%가 '올해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했고, '채용 축소' 기업도 13.8%나 됐다.

"경제 정상궤도로 회복은 2024년 이후"

설문 기업들은 내년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봤다. 내년부터 정상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25.8%에 불과했고, 대다수(74.2%)가 정상궤도로 회복되는 시점을 2024년 이후로 내다봤다.

기업들이 본 내년 경제성장률은 평균 1.6%였고, 구간별로는 성장률이 2.0% 미만이라는 전망이 90.8%에 달했다. 50.5%가 내년 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예상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의 활력을 돋울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다른 나라 기업보다 최소한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하지 않도록 세제와 노동시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