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 넘은 정치

차현아 기자 2022. 12. 19.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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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 협상의 세 번째 '디데이(D-day)'였던 지난 15일 오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1%포인트 인하가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했다.

이 대표 기자회견 후 만난 한 당 관계자 역시 "법인세가 핵심 쟁점이니 이를 수용하면 나머지는 충분히 합의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낙관했다.

예산안 협상이 세 번째 표류한 데는 국정 운영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정부·여당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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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내년도 예산안 협상의 세 번째 '디데이(D-day)'였던 지난 15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예산안 중재안을 고심 끝에 전격 수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에서 정부·여당의 3%포인트(p) 인하와 민주당의 현 세율(25%) 유지 입장을 중재한 '1%포인트(p) 인하'안을 내놨다.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 드디어 협상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이 오갔다.

정작 정치권 분위기는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 기자회견이 끝난 지 2시간도 채 안 돼서 중재안 수용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1%포인트 인하가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했다. 그렇게 여야는 또 세 번째 협상 시한을 넘겼다.

사실 민주당이 안일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실제 기자들은 국민의힘이 거부하면 어떻게 할 건지 여러 차례 물었다. 민주당은 "그것은 협치도, 민생도 포기한 것"이라는 원론적인 비판을 내놨을 뿐이었다. 이 대표 기자회견 후 만난 한 당 관계자 역시 "법인세가 핵심 쟁점이니 이를 수용하면 나머지는 충분히 합의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낙관했다. 그는 여당과도 물밑에서 공감대를 이룬 듯 하다고 자신했다. 결과는 민주당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이번에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등 이른바 '시행령 예산'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예산안 협상이 세 번째 표류한 데는 국정 운영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정부·여당 책임이 크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1~2%포인트라도 낮추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했다고 책임을 돌렸다. 정작 김 의장이 국민의힘 제안과 비슷한 안을 내놓자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미 두 번이나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긴 마당에서도 중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그럼에도 예산안을 빨리 처리할 의지가 있다면 보류 입장을 낸 뒤에도 민주당에 역제안이라도 했어야 했다.

김 의장은 협상이 불발된 다음 날인 지난 16일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며 "경제를 살리고 취약계층을 도우려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넘어지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의회주의자' 김 의장의 비판을 여야가 부디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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