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MLB 스타디움의 낙하산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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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경기장의 응원단을 '12번째 선수'라 부르는 까닭은 응원의 함성이 선수들의 투지와 승부욕을 북돋워 경기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팬이 없는 스포츠는 없다'는 말도, 단지 구단이 얻는 홈구장 입장료나 광고 수익만 염두에 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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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경기장의 응원단을 ‘12번째 선수’라 부르는 까닭은 응원의 함성이 선수들의 투지와 승부욕을 북돋워 경기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팬이 없는 스포츠는 없다’는 말도, 단지 구단이 얻는 홈구장 입장료나 광고 수익만 염두에 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저 악명 높은 '훌리건'들처럼, 응원 열정이 지나쳐 말썽을 빚는 예도 드물지 않고, '경기'에 실제로 개입하는 경우도 가끔 일어난다.
1974년 영국 런던의 한 럭비 경기장에 들어와 4만8,000여 명 관중 앞에서 사상 최초로 알몸으로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스트리킹(streaking)’을 감행한 마이클 오브라이언(Michael O’Brien)이 그 대표적 예다. 친구들과의 내기에 이기기 위해 벌인 그 소동으로 그는 ‘스트리킹’의 곱지 않은 전통을 만들어냈지만, 내기로 번 돈 전액을 벌금으로 내야 했고 직장에서도 해고당했다.
미국 여성 모르가나 로버츠(Morganna Roberts, 1947~)는 1970~90년대 야구장이나 농구장에 뛰어들어 스타 선수들의 뺨에 키스를 퍼붓고 도망치기를 일삼아 ‘키스 강도(Kiss Bandit)’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1996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타자가 친 공을 외야수보다 먼저 글러브로 낚아챈 12세 소년(Jeff Maier)도 있었다. 심판은 홈런을 선언했고, 그 덕에 양키스는 승리했다.
뉴욕 메츠 광팬인 미국 배우 마이클 세르지오(Michael Sergio)는 1986년 10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이 열린 뉴욕 시어(Shea) 스타디움에 ‘Go Mets’라는 깃발을 매단 채 낙하산으로 내려앉았다. 5만여 관중은 열광했지만 그는 12월 19일 불법 침입 혐의로 500달러 벌금과 10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더 큰 혐의는 국제공항 인근 비행금지구역을 허가 없이 비행한 사실이었다. 그는 파일럿의 신원을 끝내 공개하지 않아 법정모독죄로 6개월형을 선고받았고, 주지사 등의 도움으로 3주 만에 석방됐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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