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근로시간 개선안, 내년초부터 입법 착수
정부·여당이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 철회를 계기로 노동·교육 등에서 ‘개혁 속도전’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내년 초부터 개혁 과제 입법화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18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는 노동시장 개혁,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초등 늘봄학교(전일제) 추진, 대학 기본 역량 진단제 개편 등을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문재인 정권의 통계 조작 문제 등도 논의했다. 회의에는 한 총리,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당정은 노동 개혁을 위해 임금·근로시간 개선 입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상생 임금위원회’ 의견 수렴을 거쳐서 내년 3월쯤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임금·근로시간 개선 입법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신년 업무보고에서 노동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입법화하기로 했다”고 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포스코지회의 민주노총 탈퇴를 반려한 사안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노동부 포항지청이 절차상 문제로 포스코지회의 ‘민노총 탈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법원 판례가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보완을 요구한다는 취지”라며 “향후 노사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은 또 임금 체불, 채용 강요와 같은 노동시장의 불법·부당 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기반해 대응하기로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이 무모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등 친노조 정책으로 강성 귀족 노조의 덩치와 목소리만 키웠다”며 “이번 화물연대 불법 파업에서 보듯이 강성 귀족 노조는 불법 행위와 뗏법을 당연시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은 ‘주 52시간제’ 연장 근로 기준을 현행 주(週) 단위에서 최대 연(年) 단위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근로 시간을 획일화할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바꾸자는 취지다. 이를테면 현재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1년 내내 주 52시간 틀 안에서 일해야 하지만, 앞으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연 단위로 바뀌면 여름은 더 일하고 겨울엔 적게 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교육 분야에선 내년 시범 도입되는 ‘초등 늘봄학교’의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초등학생들이 밤 8시까지 교육과 돌봄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 1월부터 유치원·어린이집 관리 시스템을 교육청으로 통합하는 이른바 ‘유보 통합’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교육부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원 간 격차 문제로 현장에서 반발이 없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날 당정협의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가운데 연금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민노총 총파업이 역설적으로 정부·여당에 자신감을 안겨줬다”는 말이 나온다. 노조의 불법행위를 비판하는 여론이 정부의 개혁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대해 정부가 ‘원칙 대응’을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동반 상승했다. 지난 16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노조 대응(20%)’이 꼽히기도 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불황 속에서 벌어진 무리한 파업이 정부·여당에 국정 주도권을 제공한 모양새”라며 “민노총 총파업이 무산된 지금이야말로 개혁의 적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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