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통계조작’ 의혹… 홍장표 이어 황덕순 조사 검토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직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덕순 전 일자리 수석에 대한 조사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 정책의 부작용을 감추려고 소득·고용·집값 등 주요 통계를 고의로 왜곡했고, 이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정부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이 수사받고 있는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의혹’에 이어, 이번에도 청와대 고위급 출신이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18일 “문재인 정부의 통계청이 (소주성이라는) 판타지 소설을 위해 숫자까지 조작했다”며 “이것이야말로 국정 농단”이라고 했다. 이날 열린 고위당정 협의에서도 여당은 이를 ‘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했고, 당정은 진상 규명을 위해 적극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권 관계자는 17일 “감사원이 조만간 홍장표 전 수석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통계청 실무진 6~7명과 황수경·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홍장표 전 수석은 소득, 황덕순 전 수석은 고용 통계 관련 의혹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수경 전 청장은 취임 13개월 만인 2018년 8월 갑작스레 경질됐다. 당시 경질 배경에는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소득 통계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소주성’을 앞세운 정부에서 그해 1분기 저소득층 소득이 급감해 소득 격차가 최악으로 벌어졌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선 표본 설계의 적절성 문제를 놓고 황 전 청장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그해 5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사실상 통계청을 반박하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신욱 선임연구원 등이 통계청 자료의 기준을 가구(家口)에서 개인으로 바꾸는 등 재가공한 보고서를 근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통계청장은 강신욱 청장으로 교체됐다. 그는 취임 후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 가계 조사 관련 통계에서 조사 방식 등을 바꿔 분배 지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실제 감사원은 최근 통계청 직원의 컴퓨터를 감식한 결과 2018년 청와대와 통계청이 함께 회의한 뒤 통계청 직원이 내부용으로 ‘정부와 함께해 달라’ ‘좋은 내용도 담아 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요청 사항을 적어 놓은 문건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국토부도 이전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동향 조사를 할 때 표본을 의도적으로 치우치게 추출하거나 조사원이 조사 숫자를 임의로 입력하는 등 고의 왜곡이 일어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당시 통계 작업을 주도한 국토부 실국장급 간부 등 직원들을 소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중대 범죄”라며 맹공했다. 박정하 수석 대변인은 “숫자로 거짓말해선 안 된다. 자신들의 경제정책이 판타지 소설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통계청을 조종했다는 것은 나라를 좀먹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국가 통계를 조작·왜곡하는 것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행위”라고 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권력이 개입해 국가 통계를 조작하는 것은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일개 수석이나 통계청장이 단독으로 감행할 수 없다. 확실한 뒷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전 수석의 ‘윗선’까지 수사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문재인 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부동산 관련 통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면 그것이 바로 국정 농단”이라고 했다.
반면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전문가들을 포함해 보는 눈이 많은 것이 통계인데 대체 정부가 무슨 수로 그 수많은 눈을 속이고 ‘조작’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감사원이 야당 탄압, 정치 보복의 앞잡이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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