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레시피 만나… 곶감의 재발견

오승준 기자 2022. 12. 1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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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 씨(24)는 최근 서울 성수동의 한 와인바에서 '피칸정과와 크림치즈가 올라간 곶감'을 먹어본 뒤 곶감에 꽂혔다.

이 씨는 "곶감을 와인 안주로 먹는다는 점도 흥미로웠고 레시피도 독특해 젊은층 입맛에 잘 맞는 간식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설 명절에 할머니댁에 갈 때 곶감 선물세트를 사 가서 가족들과 나눠 먹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때 어르신들의 간식으로만 여겨지던 곶감이 최근 MZ세대에게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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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이색 레시피 공유, 어르신들 간식 ‘이젠 옛말’
키위-팥-버터 등 속재료 곁들여 최근 와인 안주로도 인기 끌어
곶감 선물세트 고객 33%가 2030
14일 경북 상주시 용하농원의 곶감 선별 건조장에서 곶감을 건조하고 있다. 최근 ‘곶감치즈말이’ 등 곶감을 활용한 레시피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며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상주=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직장인 이모 씨(24)는 최근 서울 성수동의 한 와인바에서 ‘피칸정과와 크림치즈가 올라간 곶감’을 먹어본 뒤 곶감에 꽂혔다. 이 씨는 “곶감을 와인 안주로 먹는다는 점도 흥미로웠고 레시피도 독특해 젊은층 입맛에 잘 맞는 간식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설 명절에 할머니댁에 갈 때 곶감 선물세트를 사 가서 가족들과 나눠 먹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홍순민 씨(33)는 네 달 전 가게 오픈 때부터 ‘상주 치즈 곶감’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홍 씨는 “와인은 2차로 많이 마신다는 점에서 곶감 안주는 배가 부르지도 않고 맛도 좋아 제격이다”라며 “손님 세 팀 중 한 팀은 꼭 이 안주를 찾는다”고 말했다.

한때 어르신들의 간식으로만 여겨지던 곶감이 최근 MZ세대에게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식감이 다양한 곶감 제품을 개발하는 등 농가와 유통업계의 새로운 시도에 간편하면서도 독특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의 소비 성향이 결합하며 대표 간식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 곶감 선물세트 33% 20, 30대가 구매

18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설과 추석에 곶감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6%와 18%가 올랐다. 올해 1∼11월까지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9.3%가 오르는 등 평소 매출도 크게 올랐다.

특히 20, 30대 구매 비중이 늘어났다. 지난해 추석 이마트 명절 곶감 선물세트 판매 비율 중 약 33%는 2030고객이었다. 2030고객의 일반 명절선물세트 구매 비율이 약 10%대인 것에 비해 3배 이상이다.

곶감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데에는 SNS를 중심으로 곶감을 활용한 이색 레시피가 화제가 된 점이 주효했다. 대표적인 레시피인 ‘곶감크림치즈말이’는 곶감에 크림치즈와 구운 호두를 넣은 후 말아 먹는 메뉴로, 와인바의 인기 메뉴로 꼽힌다. 소셜미디어에는 샤인머스캣이나 키위, 팥, 버터 등 다양한 속재료를 활용한 곶감 레시피가 공유되고 있다.

김효진 이마트 곶감 바이어는 “요즘 젊은 세대는 깎아 먹거나 손질을 많이 해야 하는 과일을 선호하지 않는 추세”라며 “곶감은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는 트렌드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 가격 낮추고 품질 개선에도 주력

이처럼 맛에 민감한 MZ세대에서 곶감 소비가 늘자 농민들과 유통업체도 다양한 곶감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곶감 주요 산지인 경북 상주시에서 곶감 농장을 운영 중인 전용하 용하농원 대표는 “올해에는 일반 곶감과 홍시의 중간 격인 반건시 물량을 대폭 늘렸다”며 “자연건조 등 전통 방식을 사용해 쫀득하고 깊은 단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반건시는 일반 곶감보다 약간 덜 말린 곶감이다. 겉은 일반 곶감처럼 쫀득하고 속은 홍시처럼 부드러워 다양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건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일반 곶감보다 가격 경쟁력도 높다. 곶감 농가에서는 올해 가을 강수가 적어 곶감이 잘 말라 품질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반건시를 명절 때만 반짝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상시 판매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유통업체들은 가격에도 민감한 MZ세대 성향에 맞춰 곶감 선물세트 가격을 낮추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올해 감이 풍년을 맞자 이마트는 명절 대목이 오기 전 중소과를 대량으로 비축했다. 이마트는 올해 곶감(18입)을 지난해(1만9800원)보다 약 40% 저렴한 1만 원 초반대에 판매하고 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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