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꺾이지 않는 마음
카타르 월드컵 이후 최고 유행어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다. 이 문구를 보고 12년 전 김연아가 생각났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캐나다 현지에서 생방송 연출팀 일원으로 김연아를 취재했다. 보름간 그녀를 지켜보며 배운 것이 바로 ‘중꺾마’였다. 성공에 도취되지도, 실패에 실망하지도 않으며 덤덤하게 자신을 믿고 해내려는 그 마음이었다.
당시 스트레칭을 하는 김연아 선수에게 촬영팀 감독이 물었다. “무슨 생각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세요?” 김연아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지!” 그렇다. 그게 바로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부상과 부진에도 무너지지 않고 그냥 하는 것. 조급해하지 않고 습관처럼 해내는 바로 그것.
당시 나는 신입 티를 갓 벗은 3년 차 PD였다.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불행해졌고,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늘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 경기 당일, 나는 김연아의 아름다운 연기를 취재하는 카메라가 아니라, 경기 피날레 순간 환호하는 관객들 표정을 찍는 역할을 맡았다. 캐나다까지 와서 김연아 경기를 보지 못하고 심지어 가장 중요한 피날레 때 관객들을 찍어야 하다니! 나는 왜 중요한 역할을 맡지 못하는가, 좌절감에 빠졌다.
하지만 그 순간 김연아를 보며 배운 ‘중꺾마’를 떠올렸다. ‘그래, 그냥 하는 거지 뭐!’ 당장 주목받지 못해도 조바심 내지 않고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김연아의 단단한 마음을 닮자고 다짐했다. 역대 최고점으로 금메달을 거머쥐고 행복한 눈물을 흘리던 김연아의 ‘레전드 순간’을 포착하지 못한 아쉬움은 컸지만, 현장 표정을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며 나 또한 한 단계 성장하게 되었다.
12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축구 대표팀을 바라보며 다시 다짐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중요한 것은 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새해에도 ‘중꺾마’ 자세로 의연히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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