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어업은 해양영토 주권 확보의 열쇠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 2022. 12.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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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10개월째 장기화하고 있다. 영토분쟁이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보인다. 영토는 국가를 이루기 위한 기본조건이다. 어느 나라든 반드시 영토를 사수해야 한다.

바다도 영토의 일부다. 특히 바다는 국민 식량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와 세계를 연결해 주는 무역의 길이다. 해저에 매장된 천연자원과 조류를 활용한 에너지 생산까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 바다이다. 해양영토 확보는 우리나라의 미래 핵심 성장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바다에서 은밀하게 조금씩 빼앗기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 연근해어업 어장이다. 우리나라 해양영토는 일본과 중국에 둘러싸여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해양영토 확보의 중요성이 일반 국민에게도 크게 다가오긴 했지만 여전히 땅에 비해 주권 확보에 대한 의지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해양영토에는 영해 외의 중간수역과 잠정조치수역이 있다. 1994년 11월부터 유엔해양법협약이 효력을 발생하면서 연안국의 관할권이 12해리에서 200해리 체제로 변경됨에 따라 한국과 일본도 1996년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하고 각각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했다.

그러나 한일 간 거리가 400해리가 되지 않아 양국이 200해리 EEZ를 설정할 경우 어쩔 수 없이 관할수역이 겹치게 된다. 한일 간에 중간선과 같은 경계를 획정할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다. 한일 양국은 영구적인 경계 획정이 쉽지 않은 중간 지점의 수역을 설정했는데 바로 중간수역이다. 즉, 신한일어업협정에서는 양국의 연안수역을 배타적 전관수역으로 하고, 그 나머지 가운데 수역을 중간수역으로 설정함으로써 이 중간수역에 관한 한 아직 협정이 완료되지 않은 잠정어업협정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또한 중국과의 협정에서 잠정조치수역은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도록 설정된 수역으로, 이곳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어선에 한해 신고 없이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다. 즉 잠정적으로 EEZ 제도의 적용이 유보된 수역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어선은 한일 중간수역, 한중 잠정조치수역에는 상대국 어선에 비해 극히 일부 어선만 조업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대 국가 어선에 세력이 밀려 우리 어선은 도태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자국 어선이 조업하고 우리나라 어선은 부재함을 빌미로 해양주권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장의 국내 어업인 간 이권 다툼으로 인해 머지 않은 미래에 발생하게 될 국가적인 큰 문제에 관심도가 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어업인이 중간수역에 입어하는 것을 기피한다면 어로활동을 권장해서라도 입어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인데, 오히려 국내 수산정책은 조업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두고 있으니 답답한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 근해어선이 중간수역에 입어해 이용할 수 있도록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중간수역은 상대적으로 먼 바다여서 모든 어선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한중 잠정조치수역 및 한일 중간수역 입어 공모를 실시해 입어가 가능하고 현실적으로 조업이 가능한 어선을 합리적으로 선정해 조업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 먼바다에서 조업이 가능하려면 어선 규모가 크고 냉동시설을 갖춘 어선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 연근해 대형어선이 먼 바다로 조업을 나가 국내 조업 경쟁은 낮아지고, 먼 바다에서 일본 중국 어선과 자유롭게 경쟁하며 잊혔던 해양영토 주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세계 추세가 자국 우선주의이므로 영토 확보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고유가 등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어업인을 위해 수산자원보호직불제 기간을 연장해주는 결단을 했다. 이같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우리나라 전체 어업인을 위한 결정이 필요한 때다. 정부는 외국어선이 중간 및 잠정조치수역에서 활개치는 것을 좌시할 게 아니라 국내 어선이 이곳에서 대어만선의 꿈을 안고 조업할 수 있도록 적극 조치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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