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미용실·한의원 “더는 못버텨, 내년 요금 올릴 것”
경기도 부천에서 초·중등 영어·수학 보습 학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최근 ‘내년부터 수강료를 월 2만원 인상하겠다’고 학부모들에게 공지했다. 매일 1시간씩 주 5일 수업에 월 15만원을 받았지만 종이·연필값에 운영비와 인건비까지 인상돼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A 원장은 “보조 교재와 필기구를 무상 제공하는데 2만2000원이던 A4 용지가 2만4500원으로 오르고, 아르바이트생 시급은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한약과 침 시술비를 올리기로 한 한의원들도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 이후 물류비용이 증가하자 중국·동남아산 한약재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경기도 위례의 한 한의원은 지난 5년간 동결했던 한약 가격을 내년부터 인상하기로 했다. 김해의 한 한의원도 ‘7년 이상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으나 누적된 인상 요인으로 2만원이었던 약침과 한방 성형 시술비를 3만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올 들어 식자재와 외식비 같은 먹거리에 집중됐던 인플레이션이 학원비와 의료비 같은 다른 생활 서비스 항목으로 확산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 소비지출 동향에서도 담배(-1.4%), 인테리어 같은 주택 유지·수선비(-25.4%), 가전·가정용 기기(-17.7%), 자동차 구입(-15.7%)처럼 ‘선택적 소비’가 가능한 지출은 줄어들었지만 학원·보습 교육(10.5%), 연료비(11%), 외래 의료 서비스(8.3%) 같은 ‘필수적 소비’에 가까운 항목은 지출이 늘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줄이는 가운데 갑자기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품목은 물가가 올라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올 3분기 가계의 월평균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학원비·한약재·이미용·목욕비도 줄줄이 인상
학원 운영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요즘 “주 4회 8만원 받던 수강료를 2만원 올리기로 했다” “6년째 동결했던 학원비를 내년부터 올려 받으려 한다”는 글이 공유되고 있다. 서울 한 보습학원의 B 원장은 “임차료는 물론 관리비, 교재비까지 오름세여서 버틸 수가 없다”며 “수강료를 당장 올리기 힘든 경우엔 여러 과목을 수강하면 적용해주던 할인을 없애 실질적인 인상 효과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원들이 잇따라 수강료 인상을 예고하자 학부모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타이레놀, 펜잘 같은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가격을 인상하자 겨울철 수요가 많은 감기약 가격도 올랐다. 동네 한의원 약값과 시술비, 이·미용 가격도 줄줄이 오른다. 여성 커트 한 번에 4만5000원을 받는 용인 수지의 한 미용실은 내년부터 가격을 5000원 인상한다. 6500원을 받던 울산의 한 목욕탕이 최근 가격을 7500원으로 올리는 등 목욕비도 내년부터 1000원가량 인상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다 올랐는데, 내년도 힘들다
물가 오름세는 연말 송년회마저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소주 한 병 가격이 1만원까지 오른 데다가, 강북 지역에서도 소주·맥주를 병당 7000원씩 받는 식당이 늘고 있다. 가족 수요가 많은 호텔 뷔페는 연말을 앞두고 각 호텔이 가격을 일제히 올려 1인당 가격이 20만원에 육박한다. 롯데호텔서울 라세느는 성인 기준 평일 저녁 가격을 15만원에서 18만원으로, 서울신라호텔 더파크뷰는 15만5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조선팰리스강남 콘스탄스는 16만5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심야 택시비 인상으로 늦은 밤 교통비도 부담스러운 지경이다. 서울 택시 심야 할증이 오후 10시부터로 당겨지고, 심야 기본요금이 4600원에서 5300원까지 오른 탓이다. 내년 2월 서울 택시 기본 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되면 교통비 부담은 더욱 커진다.
고물가는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내년 하반기는 돼야 3% 내외 수준의 물가 안정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내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반기 4.0%, 하반기 2.5%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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