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세계화는 죽었다”

윤완준 국제부장 2022. 12.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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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거의 죽었습니다. 자유무역도 거의 죽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세계화가 돌아오기를 원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91세 장중머우(모리스 창) TSMC 창업자의 말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싶었던 꿈이 이뤄졌다"는 기쁨의 연설과 어울리지 않았다.

6일(현지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 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그는 "세계의 지정학 환경이 크게 변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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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비용 비싸져도 美에 공장 건설
EU “우리도 보조금” 보호주의 격랑
윤완준 국제부장
“세계화는 거의 죽었습니다. 자유무역도 거의 죽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세계화가 돌아오기를 원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91세 장중머우(모리스 창) TSMC 창업자의 말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싶었던 꿈이 이뤄졌다”는 기쁨의 연설과 어울리지 않았다. 6일(현지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 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그는 “세계의 지정학 환경이 크게 변했다”고 했다. TSMC의 투자로 애플 등 미국 핵심 기업들이 미국에서 바로 최첨단 반도체를 조달한다.

재 뿌리기 싫어서였을까. 미국 언론은 “세계화의 죽음” 발언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대만의 유력 경제 매체 차이신그룹 셰진허 회장은 8일 “사실 세계화가 죽은 지 몇 년 됐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은 과거 볼 수 없던 새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했다.

미국 온라인 뉴스레터 ‘인터커넥티드’의 케빈 쉬는 “세계화는 죽었다. 아무도 듣지 않고 있다”는 제목의 글에서 이를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TSMC는 비용 절감을 위한 국제 분업, 고도의 전문화, 초국경 공급망 등 세계화 양상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기업이었다. 미국 기업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원천 기술만 보유하고 생산은 다른 나라에서 하는 국제 분업의 수혜자였다. TSMC는 대만 공장에서 파운드리(위탁생산) 전략으로 성공 신화를 써나갔다.

장 창업자는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애리조나 공장에서 만드는 반도체가 대만에서 만들 때보다 최소 50% 더 비쌀 겁니다.”

장 창업자가 애리조나 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한 얘기를 더 들어보자.

“우리는 1년 반 전 미국에서 엔지니어 약 600명을 고용했습니다. 그들을 대만으로 보냈어요. 대만에서 1년∼1년 반 동안 (반도체 생산) 트레이닝을 받았죠. 그들 수만큼의 대만 엔지니어들도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싱글 웨이퍼를 생산하기 전 1000명 이상 훈련시킨 겁니다. 우리가 잘 준비돼 있다는 매우 좋은 신호입니다.”

케빈 쉬는 행간을 읽어보라고 했다. 미국에서 고용한 엔지니어들이 TSMC 반도체를 생산할 정도로 숙련되지 못해 추가 비용을 들여 훈련을 시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는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반도체과학법’에 “생큐”라고 했다. 아이폰이나 맥북이 생산 비용 증가로 얼마나 비싸질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TSMC는 왜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결정을 내렸을까. 장 창업자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말했다.

“반도체가 더 비싸져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미국에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니까요.”

‘메이드 인 아메리카’는 동맹국들에 중국에 첨단기술이 들어가도록 놔둘 수 없다는 지정학적 명분을 내세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4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불공정 경쟁이라 비판하면서도 “유럽식 IRA로 답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처럼 EU에 투자하는 친환경 산업 기업에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EU는 한국 철강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로 무역장벽을 높이려 한다.

내년 우리는 지정학이 지배하는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의 격랑이 더욱 크게 휘몰아치는 세계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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