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농민과 농업 노동자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22. 12. 19.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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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특정산업에 자본이 들어가면 그 산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스템화가 진행된다.

일례로 영화산업의 경우 2000년대부터 대기업을 비롯한 거대자본이 영화투자·배급사업 등에 진입하면서 투자금 및 제작비용의 회계처리, 영화종사자에게 4대보험 적용 등 영화산업에는 다소 생소한 시스템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농업의 자본화 및 시스템화는 필연적인 진행과정으로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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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충남대 교수

일반적으로 특정산업에 자본이 들어가면 그 산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스템화가 진행된다. 일례로 영화산업의 경우 2000년대부터 대기업을 비롯한 거대자본이 영화투자·배급사업 등에 진입하면서 투자금 및 제작비용의 회계처리, 영화종사자에게 4대보험 적용 등 영화산업에는 다소 생소한 시스템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또한 자본이 잠재력을 가진 영화에 집중적으로 투자돼 한국 영화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물론 독립영화가 설 땅이 줄어들었고 창작의 자유가 자본에 예속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영화산업의 자본화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농업도 자본화가 진행된다. 특히 축산업에서는 대표적 육계업체인 하림의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도축·가공업체의 자본규모가 크게 성장했다. 이러한 축산업체들은 농장에서 공급받은 원료 축산물의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계열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참여농가가 생산한 축산물을 일정한 가격으로 지속 구매하는 대신 가축 사육에 대한 관리에 직접 개입한다. 즉 축산업체는 거래상품의 판매조건만 따지는 판매계약이 아닌 생산과정의 결정사항까지 미리 정하는 생산계약을 농가와 체결해 계약농가들이 축산업체가 선정한 병아리나 새끼 돼지만 키우도록 하고 특정 사료와 약제를 매뉴얼에 따라 투여하도록 의무화한다. 이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축산가공식품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원료 축산물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축산물의 태생적 품질과 공급물량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원예산업도 유사한 상황이다. 이미 계열화가 거의 완성된 축산업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유통업체가 생산농가에 특정 품종의 재배를 권유하고 수확한 농작물을 선별해 일정한 규격과 품질을 유지하면 더 높은 가격과 지속적인 판매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즉, 원예농가들이 '시장지향적 영농'을 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전문가들도 농가에 "자기에게 최고인 농산물을 생산할 생각을 하지 말고 구매자에게 필요한 농산물을 꾸준히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교육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농업의 자본화 및 시스템화는 필연적인 진행과정으로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팜 등 원예작물의 환경제어와 재배관리를 보다 정밀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이 보급됨에 따라 '자연이 알아서 하는 영역'이 상당부분 '인간이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넘어오기에 자본과 시스템이 생산자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여지가 더욱 높아진다.

이를 통해 농민 소득의 수준향상 및 안정화는 상당한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러면 앞으로 농민이 자신의 농사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앞서 언급된 축산농가가 계약업체가 직접 공급하는 병아리나 새끼 돼지를 받아 업체가 지정한 사료와 약품을 매뉴얼대로만 투입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라면 해당 농가는 단순한 가축사육 노동자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직은 농민의 안정적인 소득증대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전통적 농민과 농업 노동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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