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 조롱했지만… B-21 쇼크에 허둥대는 중국 [최유식의 온차이나]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2022. 12.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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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전문가들 “무서운 스텔스 성능, 방공망에 큰 위협” 실토
중국 겨냥 괌, 오키나와 등지에 배치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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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일 미국이 공개한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1이 요즘 중국의 주관심사입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대놓고 “중국을 겨냥한 전략 무기”라고 얘기했으니 속이 타겠죠. 냉전시대 소련을 겨냥한 B-52처럼 중국을 타깃으로 한 B-21이 등장한 겁니다.

공개 직후만 해도 애국주의에 취한 중국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이 폭격기를 조롱하는 글이 많았어요. “돈이 없어 B-2 축소판을 만들었다” “항속 거리가 짧고 폭장량도 절반에 불과하다”는 등의 글입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인민해방군과 14억 중국 인민의 강력한 의지라는 철옹성 앞에 가볍게 추락하는 종이비행기가 될 것”이라고 웅변을 하기도 했어요.

미국 전략폭격기 B-2와 B-21. B-21은 날개 폭 등이 B-2보다 줄었고 후미 모양도 더 단순해졌다. /선전위성TV 캡처

◇중 전문가 “조롱할 때 아니다”

이후 B-21의 첨단 성능이 하나하나 전해지자 분위기는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한 군사평론가는 위챗에 분석 동영상을 올리면서 “조롱할 때가 아니다. 대단한 성능의 폭격기”라고 했더군요.

인민해방군 대교(大校·우리의 준장급) 출신인 CCTV 군사평론가 두원룽은 “B-21은 B-2나 F-22에 비해 스텔스 성능이 더 좋아져 모든 방향에서 모든 파장의 레이더를 피할 수 있다”며 “유지보수도 쉬운 만큼 미 본토가 아닌 최전선에 배치되고 출격 회수도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이 스텔스기를 잡을 수 있다며 자랑해온 미터파 레이더, 양자 레이더 등으로도 포착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거죠.

중국 CCTV 평론원 두원룽이 12월14일 선전위성TV 인터뷰에서 B-21의 스텔스 성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인민해방군 대교 출신으로 관영 신화통신의 군사 분야 수석 고문도 맡고 있다. /선전위성TV 캡처

B-21이 두려운 이유는 워낙 스텔스 성능이 뛰어나 중국의 방공망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항모전단에 대응하는 중국의 전략을 흔히 ‘반접근/지역거부(Anti Access/Area Denial)’라고 불러요. 인공위성과 조기경보기, 이지스함, 지상 레이더 등으로 그물망 같은 감시망을 구축해 항모전단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유사시 ‘항모 킬러’로 불리는 DF-21D와 DF-26D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DF-17 등을 쏟아부어 접근을 차단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해도 미 항모전단이 출동하기가 쉽지 않겠죠.

◇중국 맞춤용 전략폭격기

B-21은 이렇게 겹겹으로 돼 있는 중국 레이더망을 뚫기 위해 스텔스 성능을 대폭 끌어올렸습니다. 스텔스 성능을 위해 기체 크기를 B-2의 80%로 줄였고, 배기구와 흡기구도 적외선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하죠.

B-21은 미국이 B-2 이후 34년 만에 내놓은 전략폭격기입니다. 그 사이 개발된 새로운 스텔스 기술을 B-21에 대거 적용한 거죠. 오스틴 국방장관은 자신만만하게 “최첨단 레이더로도 B-21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2월2일 열린 B-21 공개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 국방부

이렇게 성능이 좋아졌는데도 대당 가격은 6억 달러 전후로 B-2의 20~30% 선이라고 해요. 미국은 100대 이상의 B-21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미 군사전문지들은 실제 배치 대수가 170대에 이를 것으로 봅니다. 이 역시 중국이 J-20 스텔스 전투기 등으로 물량 공세를 해올 것에 대비한 맞춤 구상으로 보여요.

B-21에 의해 중국의 레이더망이 무력화되면 중국군 지휘부와 전략 미사일 발사부대, 주요 레이더 기지 등은 쑥대밭이 될 겁니다. 문제는 누구의 소행인지도 모르고 당한다는 거죠. 그 이후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의 항모전단이 진입할 겁니다.

◇전자전 가능한 ‘종합 전투 플랫폼’

B-21은 첨단 컴퓨터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점에서도 이전 세대 전략폭격기와 차별화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미군의 전쟁지휘시스템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전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해요. 한번 명령을 받으면 그대로 목적지까지 날아가 폭탄을 투하하고 돌아오는 B-2 폭격기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운영 시스템도 개방형이어서 윈도 운영체제를 업데이트 하듯이 수시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고 해요.

B-21 전략폭격기의 가상 비행 모습. /US MILITARY NEWS 캡처

폭격기에 탑재된 전자전 장비와 해킹 장비로 상대국가 레이더망을 교란할 수도 있고, 적국 전략 시설을 포착하는 첨단 레이더 설비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한 폭격기가 아니라 조기경보기, 전자전기 기능까지 갖춘 ‘종합 전투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되면 전쟁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엔진 성능 역시 러시아나 중국 폭격기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해요.

◇“중국 레이더망으로 잡을 수 있나”

전문가들에 의해 이런 분석이 전해지자 중국 내에서는 탄식이 쏟아집니다. “인민해방군이 개발한다는 H-20 전략폭격기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냐” “우리 레이더망으로 잡을 수 있는 거냐”는 등의 댓글이 많이 올라왔더군요.

H-20 전략폭격기는 중국이 2018년부터 개발 중인 스텔스 전략폭격기입니다. 벤치마킹 대상은 B-21의 전신인 B-2죠. 아마도 중국은 답답할 겁니다. 열심히 B-2를 베껴 H-20을 만드는 중인데, 그보다 훌쩍 앞선 B-21이 나와버렸으니까요.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DF-17. 미 항모전단에 치명적인 무기 중 하나로 평가된다. /조선일보DB

B-21은 이르면 2026년쯤 실전 배치가 된다고 합니다. 작전 반경이 400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괌, 오키나와, 오산 등이 배치 후보지가 될 가능성이 커요. 배치 이후에는 중국 방공망과 B-21 간에 쫓고 쫓기는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질 겁니다.

미국이 B-21 공개를 통해 노리는 건 압도적인 위력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 의지를 사전에 꺾어버리겠다는 겁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겠다’는 거죠. 그동안 J-20 스텔스기 개발, 대형 구축함 건조 등으로 열심히 추격해온 중국이 어떤 대응 카드를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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