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천의 큰 파장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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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신문에 세계적 전문가들이 모여 비만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논의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미국인 40% 이상이 비만이고 그로 인한 의료비용이 연 220조 원이 넘는다 하니, 비만이 미국 사회의 큰 문제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다이어트나 운동 등 개인의 의지와 노력을 강조하는 해법은 효과적이지 않고, 사회적 문제인 만큼 사회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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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신문에 세계적 전문가들이 모여 비만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논의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미국인 40% 이상이 비만이고 그로 인한 의료비용이 연 220조 원이 넘는다 하니, 비만이 미국 사회의 큰 문제임은 분명하다. 기사에 의하면 전문가들은 원인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개인의 도덕적 실패'가 그 원인이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1980년대 갑자기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게을러지거나 식탐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이어트나 운동 등 개인의 의지와 노력을 강조하는 해법은 효과적이지 않고, 사회적 문제인 만큼 사회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며칠 뒤 한 팟캐스트에서 동물권 보호 운동가가 낮은 육류 가격의 숨은 사회적 비용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들었다. 50년 전 미국의 파운드당 소고기 가격이 현재 물가로 7달러였는데, 지금은 4.8달러라고 한다. 100g당 1,400원이 안 되는 가격이다. 이 가격은 비인도적으로 사육되고 잔인하게 도살되는 동물들과 저임금으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치르는 비용, 공장형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이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흥미로운 것은 팟캐스트 진행자가 육식을 하는 개인적 선택의 도덕성을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며 사람들에게 채식을 하라고 권하는 것도 효과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는 점이다. 역시 사회적 문제인 만큼 구조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다. 유사한 주장을 기후위기에 관련한 논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개인의 선택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을 강조하는 사회학으로 먹고사는 나에게 이런 접근은 매력적이다. 미국 사회에서 제조식품과 패스트푸드 위주 식단과 자동차에 의존하는 생활방식을 '선택'하기는 쉽다. 반면 신선한 재료를 직접 요리하고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생활을 하려면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더 필요한 게 사실이다. 또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생활방식이 저소득층과 소수인종이 사는 지역에서 더 어려운 현실에서 개인적 선택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칫 가진 자들의 위선이 되기 쉽다.
하지만 이런 담론이 '우리 스스로에게 너무 쉽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도 든다.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작은 편리를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이 모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면서 끼니마다 고기를 찾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일회용 종이컵으로 커피를 마시는 일상의 선택들의 도덕성을 다 같이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아닐까? 경제학개론의 인간은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최대화하는 선택을 하지만, 사회학적 현실의 인간에게는 도덕성도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다.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선택이 쉽도록 구조적 조건을 바꾸는 데 백 번 찬성하지만, 그런 변화도 우리 생활방식의 도덕성에 대한 집단적 성찰과 논의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또 구조적 제약이 강해도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작은 선택들이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사회학의 또 하나 명제는 우리 생각과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학자들이 '연결망 효과'라고 부르는 것이다. 내 선택의 도덕적 우월성을 강변하는 설교는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기 어렵지만, 슈퍼나 카페에서 조용히 하는 작은 실천의 파장은 생각보다 멀리 간다.
임채윤 미국 위스콘신대학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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