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떨림을 덮어주는 손

허연 기자(praha@mk.co.kr) 2022. 12. 1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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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시인 作 <어미고양이가 새끼를 핥을 때>
시가 있는 월요일
입에서 팔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연약한 떨림을 덮는 손이 나온다

맘껏 뛰노는 벌판을

체온으로 품는 가슴이 나온다

혀가 목구멍을 찾아내

살아있다고 우는 울음을 핥는다

혀가 눈을 찾아내

첫 세상을 보는 호기심을 핥는다

혀가 다리를 찾아내

땅을 딛고 일어설 힘을 핥는다

혀가 심장을 찾아내

뛰고 뒹구는 박동을 핥는다

혀가 나오느라 꼬리가 길다

혀가 나오느라 귀가 빳빳하다

혀가 나오느라 발톱이 날카롭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혀로 핥는 광경을 한 번이라도 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치면서 공감할 시다.

시인은 어미 고양이의의 ‘혀’를 ‘연약한 떨림을 덮는 손’이라고 표현한다. 관찰력과 상상력이 멋지다. 어미 고양이는 여리디 여린 새끼를 감싸기 위해 관절때문에 딱딱해진 앞발이 아닌 자기 신체 중 가장 부드러운 혀를 꺼내 새끼를 핥는다.

가장 무기력하게 태어나는 작은 생명을 키우는 마음이 모두 그럴것이다. 자꾸만 또 읽고 또 읽게 되는 시다.

작고 여린 생명들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살아냈으면 고맙겠다.

-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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