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이태원 참사,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불꽃축제 사고 가능성 등 분석
정작 우리는 책임 회피·정쟁만
비극 기억·대책 고민 치열해져야
지난 15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 사회면 톱기사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것이었다. 참사 발생 후 한 달 반 정도가 지난 시점에 일본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검하는 내용이었다. 올해 일본에서 열린 복수의 행사를 정한 뒤 통신사 KDDI에 의뢰해 행사 당시 사람들의 흐름과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행사 관계자를 직접 취재한 뒤 기사를 작성했다.
2001년 7월 21일 아카시(明石)시 불꽃축제 사고 관련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불꽃축제 참가자들과 인근 기차역에서 내린 승객들이 행사장 인근 육교에서 엉키면서 발생한 사고로 11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 7월 21일, 아카시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신입직원 50명을 상대로 연수를 실시했다고 한다. 앞서 19일에는 희생자 유족들의 수기, 사고 기록을 모은 책 ‘아카시 육교사고 재발 방지를 바라며’가 출판됐다. 유족들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사고를 알았으면 싶었다”, “(사고 관련) 기록이나 사진을 실어 재발 방지로 이어졌으면 했다”며 책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아카시시 사고는 21년이나 지난 과거의 일이지만 일본인들은 지금도 그 아픔을 곱씹고 있었다.
요미우리신문 기사와 아카시시 사고를 기억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다른 나라의 일, 오래된 옛날의 불행에 대한 것이란 점에서 지금 당장 철저하게 고민하고, 반성해야 할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우리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형사고를 통해 교훈을 얻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 갈지를 결정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하다.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보는 이유다.
비할 바 없는 아픔을 겪고 있는 유족들을 제대로 위로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위로는커녕 상처를 헤집어 놓는 언사,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 어머니를 향해 “자식 팔아 한몫 챙기겠다는 수작” 운운한 김미나 창원시 의회 의원의 글에는 기겁할밖에 도리가 없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에 대한 요구에 정부, 정치권은 제대로 호응하고, 적절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태원 참사’냐, ‘이태원 사고’냐란 공식 명칭 논란이 일 때부터 정부가 책임을 어떻게든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10대 생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두고 “본인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 생각이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한덕수 총리의 발언은 이런 의심을 더욱 짙게 한다. 유족들이 협의회를 구성한 것을 두고 정권 실세인 권성동 의원이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본인이 스스로 정쟁화하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이태원 참사가 우리 사회의 골 깊은 진영대결의 소재로 변질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 정치권은 사회적 갈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참사의 비극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교훈을 얻고, 앞으로 어떻게 기억해 갈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치열해져야 할 때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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