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칼럼] 잠자는 숲속의 제도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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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맛있기 위한 전제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신선한 재료가 우선해야 한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꼽는 항목이다.
음식을 하는 옆자리에 서서 하나씩 집어 먹는 맛이 정찬에 차려진 음식보다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재료의 신선함과 적시에 먹는 음식의 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또 한 가지의 차이점은 할머니는 배고파하는 손주들을 위해 매우 빠르게 음식을 만들어 지체 없이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마술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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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못맞추면 표류·예산 낭비
현장서 작동 안되는 정책들 점검
실효성 제고 방안 등 마련 절실
음식이 맛있기 위한 전제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신선한 재료가 우선해야 한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꼽는 항목이다. 바로 해서 먹는 음식도 제맛을 즐기는 데 필수 요소이다. 음식을 하는 옆자리에 서서 하나씩 집어 먹는 맛이 정찬에 차려진 음식보다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재료의 신선함과 적시에 먹는 음식의 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또 한 가지의 차이점은 할머니는 배고파하는 손주들을 위해 매우 빠르게 음식을 만들어 지체 없이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마술을 보여주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이 요리의 고수였음을 기억하게 한다.
손자병법의 작전(作戰) 편에는 ‘교지불여졸속’(巧遲不如拙速)이란 말이 나온다. 용병술과 관련한 용어인데, 풀어 보면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교지(巧遲)란 전쟁에서 교묘한 전략만 따지다가 때를 놓치는 것을 말하고, 졸속(拙速)은 전략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때를 놓치지 않고 속전속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에서 아무리 뛰어난 전략이더라도 공격의 시점을 놓치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준다.
어느 의과대학의 지인 교수에게 들었던 구술시험 경험이다. 해당 학생에게 영아의 몸무게와 체온, 증상을 설명하면서 처방전을 작성하라고 했는데, 답변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재시험을 통보했다. 영아 몸무게에 비해 과도한 약의 용량을 처방하였다는 것이다. 잠시 착오가 있었다는 학생의 변명이 있었지만, 영아는 이미 그 약을 먹고 사망했으므로 이번 시험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고 한다.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수고가 많다. 해외에서 성공한 우수 사례 등을 참고하고 반영하는 예도 쉽게 볼 수 있다. 좋다는 정책은 빠르게 수용하여 우리의 정책·제도는 세계적으로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우리나라에 좋은 제도는 없는 것 없이 다 있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듣곤 한다. 그러나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되는가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정책 연구에서 정책의 적시성(適時性·타이밍)은 중요한 주제이다. 제아무리 잘 설계된 정책이라도 적시에 반영되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힘을 상실하게 된다. 또는 왜곡된 형태로 표류하면서 예산만 낭비하는 쓸모없는 정책으로 겉돌게 된다.
정책 환경은 매 순간 변한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기보다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늘 기다리고 있다. 중요한 정책의 타이밍에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의지, 국회의 협조가 중요하다. 정책은 타이밍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교해야 한다. 동전의 양면성이 있듯이 모든 정책도 양면성이 있다. 좋은 점이 많다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다. 선진국에서 성공한 정책이라고 해서 우리에게도 꼭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정책지표에 맞춰 평가는 우수하게 받지만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채 표류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돌아볼 시기이다. 적시에 작동하여 국민이 필요로 하는 ‘맛’과 ‘건강’을 되찾아주기 위한 정교한 정책의 설계와 작동, 실효성의 제고가 중요하다.
김영미 상명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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