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4강 여정’ 아랍권에 꿈 심어줘”

황민국 기자 2022. 12. 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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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골키퍼 전설’ 알 합시가 바라본 아프리카 최초 4강 신화
고향팀 응원하듯 선전 지켜봐
아프리카·아랍 문화권 국가 등
8강 이상 바라볼 이정표 될 것

“축구사에 길이 남을 일이 아닐까요?”

오만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알리 알 합시(41·사진)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빛난 모로코의 돌풍을 반겼다.

‘아틀라스의 사자’로 불리는 모로코는 이번 대회에서 아프리카 최초의 4강 신화를 썼다. 알 합시는 모로코가 4위로 카타르 월드컵을 마감한 18일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모로코가 아프리카 국가이지만 아랍 문화권에 속해 나를 포함해 모든 중동 국가의 팬들은 고향팀을 응원하는 심정으로 모로코의 여정을 흥미롭게 지켜봤다”면서 모로코의 4강 진출을 “축구사에 길이 남을 일”로 평가했다.

현역 시절 오만에서 A매치 128경기를 뛴 알 합시는 아시아 출신 골키퍼로 처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해 중동 축구의 가능성을 알린 인물이라 모로코의 선전을 더욱 각별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알 합시는 이번 월드컵 기간 국제축구연맹(FIFA) 스폰서인 현대자동차의 세기의 골 캠페인 홍보대사로 박지성(41)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설들과 함께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모로코의 질주를 누구보다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를 더욱 기쁘게 만든 것은 모로코가 승승장구한 원동력이 자신의 현역 시절 포지션인 골키퍼 야신 부누(세비야)의 선방쇼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야신 부누는 이번 대회 총 7경기에서 단 5실점에 그치는 선방쇼로 조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알 합시는 “야신 부누는 프랑스와의 4강전 이전에는 단 1실점만 기록해 이번 대회 최고 골키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중동 출신 유명 골키퍼가 많지 않기에 그의 플레이를 즐겁게 지켜봤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했다.

알 합시는 한국 축구와의 인연도 깊다. EPL 볼턴과 위건 시절 각각 이청용(33·울산), 조원희(39·은퇴)와 한솥밥을 먹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 2003년 10월 아시안컵 2차 예선에선 한국을 상대로 놀라운 선방쇼를 펼쳐 3-1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한국 축구의 흑역사로 남아 있는 이른바 ‘오만 쇼크’다. 한국을 잘 아는 만큼 그는 모로코의 4강 신화를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같은 위치에 올랐던 한국과 비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한국의 4강이 더 놀라운 일이라 본다”고 평가한 알 합시는 “아프리카 국가는 카메룬과 세네갈, 가나 등이 이미 8강에 오른 적이 있다.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도 많기에 2002년 한국의 4강에 비교할 만한 업적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합시는 “이번 성과가 아프리카, 나아가 아랍 문화권 국가들이 8강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이정표로 남은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알 합시는 한국 축구가 이번 대회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지휘 아래 보여준 발전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던 한국이 한 단계 진화해 전방부터 압박을 하더라.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나폴리) 등 이름이 알려진 선수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충분히 통할 선수가 많이 보였다. 가나전 멀티골의 주인공 조규성(전북)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2020년 은퇴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알 합시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기대하고 있다. 알 합시는 “대륙별 티켓이 증가한 만큼 더 많은 아시아·중동 국가의 활약을 볼 수 있게 됐다”며 “현역 시절 월드컵에 나가는 게 꿈이었던 나는 이제 축구 행정가로 오만과 중동 축구를 돕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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