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3위’ 37세 모드리치는 계속 달리고 싶다

윤은용 기자 2022. 12. 1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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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모로코 꺾고 월드컵 동메달 ‘유종의 미’
딸과 행복한 추억 크로아티아 루카 모드리치(오른쪽)가 18일 열린 모로코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3·4위전에서 승리한 뒤 딸 소피아와 뽀뽀하고 있다. 알라이얀 | 신화연합뉴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주장 맡아 선전 이끌고 해피엔드
“내년 네이션스리그도 뛰고 싶어” 식을 줄 모르는 열정

크로아티아는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분리 독립하고 나서 처음 월드컵 본선에 올랐던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보르 쉬케르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앞세워 3위에 오르며 일약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다가섰다. 이후 한동안 주춤하던 크로아티아는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다시 중흥기를 맞는다. 그 중심에는 한 명의 전설적인 미드필더가 있었다. 바로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다.

크로아티아는 18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3·4위전에서 2-1로 승리하고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1-1로 팽팽하게 맞선 전반 42분, 과거 ‘오르샤’라는 등록명으로 K리그 무대를 누벼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미슬라브 오르시치(자그레브)가 결승골을 넣어 승부를 갈랐다.

이날 경기의 주역은 오르시치였지만, 경기 후 스포트라이트는 모드리치를 향해 집중됐다. 모드리치는 이날 경기도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뛰었다. 불혹이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 크로아티아가 치른 7경기에 전부 선발로 출전해 중원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이번 대회를 웃으며 마무리했다.

모드리치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통해 월드컵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크로아티아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팀의 주축 멤버가 아니었던 ‘샛별’ 모드리치도 교체로 2경기에서 35분을 뛰는 데 그쳤다.

모드리치는 2012년 8월 토트넘(잉글랜드)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한 뒤 월드 클래스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에서 10년 동안 중원의 야전사령관으로 엄청난 활약을 하면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인정받았다. 탈압박, 패스, 활동량 등 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자질을 다 갖춘 모드리치는 2010년대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이 됐다.

클럽에서의 명성에 비해 대표팀에서는 여전히 성적이 지지부진했던 모드리치는 유로 2016 준우승을 기점으로 크로아티아를 다시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2년 후 열린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16강부터 4강까지 3연속 연장전을 소화하면서도 지치지 않는 모습으로 크로아티아를 사상 첫 월드컵 결승 무대까지 끌어올렸다. 프랑스에 패하긴 했지만 팀을 준우승에 올려놓은 헌신을 인정받아 골든볼까지 수상하면서 절정을 맞이했다. 이어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크로아티아를 4개국이 치르는 결선 토너먼트에 올려놨고,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팀을 3위로 이끌었다.

모드리치는 4년 후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마흔을 넘겨 현실적으로 출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래도 지금 당장 국가대표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 모드리치는 모로코전이 끝난 뒤 “우리는 승자로 돌아간다. 크로아티아는 20년에 한 번 나타나는 기적이 아니다. 우린 우리가 꾸준하다는 것을, 다크호스가 아닌 축구 강국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네이션스리그에 뛰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은 네이션스리그를 위해 (국가대표로) 남고 싶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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