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봉인됐던 ‘고대 바이러스’ 연구… 학계 “새 팬데믹 올수도”
러시아가 시베리아 영구동토(凍土)에 봉인돼 있던 고대 바이러스 연구를 본격화해 새로운 팬데믹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영구동토는 2년 이상 온도가 섭씨 0도 이하로 유지돼 얼어붙은 땅을 말한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연구센터의 벡토르 연구진은 선사시대 바이러스를 되살리기 위해 매머드 등 빙하기 동물 잔해를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러스 진화 형태를 밝혀내기 위해 겨울 기온이 영하 55도까지 떨어지는 시베리아 동북부 야쿠티야 지역에서 지난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과학계에서는 새 바이러스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대 바이러스학 교수 장 미셸 클라베리는 “벡토르의 연구는 매우 위험하다”며 “우리 면역 시스템은 이런 종류의 바이러스를 맞닥뜨린 적이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바이러스 중 일부는 20만~40만년 전 것으로 추정된다”며 “매머드를 포함해 고대 동물을 감염시킨 바이러스라면 인간도 감염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프랑스 연구진이 영구동토에서 5만년 전 ‘좀비 바이러스’를 되살렸다고 밝혔으나, 이는 아메바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사람이나 동물을 감염시킬 우려는 없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벡토르 연구진은 입장을 묻는 더타임스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벡토르는 옛 소련 시절 화학무기 연구소로 쓰인 곳이다. 최고 수준 보안 시스템을 갖춘 전 세계의 생명공학 실험실 59곳에 포함된다. 인체에 치명적인 천연두 바이러스 샘플을 보관하도록 허가받은 전 세계에 두 곳뿐인 연구소 중 하나다. 지난 2004년에는 한 연구원이 에볼라 바이러스가 묻은 바늘에 실수로 찔려 사망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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