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상관없는 특례보금자리론, ‘DSR 규제 사각지대’ 되나

유희곤 기자 2022. 12. 1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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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이하 주택에 최대 5억 대출
연봉 6800만원 이하 차주 이용 시
매달 빚 상환액 40% 초과할 우려
정부 ‘실수요자 정책’ 강조했지만
‘능력만큼 빌리고 갚는’ 원칙 위배
“여력 있는 중산층에 특혜” 시각도

연봉 6800만원 이하 소득자가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상 DSR 40%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편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DSR 비율이 높아지면 소득 대비 대출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향후 가계대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을 위해 “능력만큼 빌리고 갚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은 일반형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통합한 정책금융상품으로 내년 초 출시 예정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소득과 관계없이 9억원 이하 주택을 5억원까지 대출받아 살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다.

현행 보금자리론은 부부 합산 소득 연 7000만원 차주가 6억원 이하 주택 매입 시 최대 3억6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보금자리론도 DSR 규제대상은 아니지만 차주 소득에 제한을 둬 DSR과 유사한 규제를 받았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소득 기준을 없애면서 DSR 규제를 회피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내년 초 출시되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연 5%라고 가정하고 차주가 5억원을 50년 원리금균등분할 방식으로 상환한다면 매달 227만원을 갚아야 한다. 이 같은 원리금을 기준으로 연소득을 역산해 보면 DSR 40%가 되는 연소득은 연봉 6810만원이다. 만약 세전 연봉 5000만원(월 약 417만원)을 버는 직장인이라면 급여의 절반 이상(54.4%)을 빚 상환에 써야 한다. 즉 DSR이 54.5%로 DSR 40%를 크게 초과한다.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이 금리 인상기에 실거주 목적의 주택 구매 수요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지난달 서울이 10억5667만원, 수도권이 6억2750만원이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보금자리론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지원 대상 주택 기준(6억원)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대출액을 늘릴 경우 대출 한도, 예상 이자율, 최대 상환기간 등을 고려하면 차주가 정상적인 수입으로 경제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보금자리론 금리는 20일부터 상환기간 50년 약정 시 연 4.95~5.05%가 적용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달 200만원 이상을 빚 갚는 데 써도 감당할 수 있는 차주를 정책금융으로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수요자는 ‘의사’와 ‘능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을 뜻하는데 정부가 가수요나 허수 수요에 맞춰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나마 다소 꺾인 부동산시장 상승세에 (특례보금자리론이) 다시 불을 붙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집 살 여력이 있는 중산층에 특혜를 준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의 확대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기획재정부에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위한 정부의 주택금융공사 출자 예산을 요청한 상태지만 내년도 예산에 반영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금융정책을 부동산 상황에 따라 달리 하는 것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시그널)를 줄 수 있고 정책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산층의 주택 구입 수요를 맞춰줘야 한다는 정치권의 ‘등쌀’에 부동산시장 연착륙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을 들고나와 ‘섀도복싱’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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