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달 표면에서도 제 로봇팔은 팔팔해요
영하 173도까지 내려가는 달의 밤에 난방 장치 없이 사용하는 게 목표
# 미국 공상과학영화 <애드 아스트라> 속에서 묘사된 가까운 미래의 달. 이곳에는 화성처럼 먼 천체로 떠나는 ‘우주터미널’이 건설돼 있다. 우주터미널의 모습은 현재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공항이나 기차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목적지로 가는 우주선을 타려는 사람들로 내부는 북적거린다. 미군 소속 로이 맥브라이드 소령(브래드 피트)은 이 우주터미널의 이용객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향해 강력한 전류가 날아드는 이상 현상의 원인이 과거에 해왕성으로 파견됐다가 실종된 자신의 아버지와 연관됐다는 사실을 안 그는 아버지와 소통하기 위해 우주 송신소가 있는 화성으로 떠날 예정이다. 어두운 달 뒷면에 있는 우주선 발사장을 향해 월면차로 이동하던 중 맥브라이드 소령 일행은 해적 무리를 만난다. 해적은 달에서 탐사선 탈취를 노리는 범죄집단이다. 일행은 해적을 따돌리기 위해 월면차의 속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린다. 급정거와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도 불사한다.
그런데 낮은 물론 극한 추위가 몰려오는 달의 밤에도 운영해야 할 월면차가 이런 격한 기동을 견디려면 현실에선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금속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내구성을 지닌 특수한 금속으로 주요 부품을 만들어야 영화 같은 기동이 가능하다.
이런 방향의 고민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실제로 하고 있다. 최근 NASA는 달의 밤에 나타나는 혹한에서 반복적으로 움직여도 문제없이 잘 작동하는 로봇팔을 달 착륙선에 장착하는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달 탐사는 강추위와의 싸움
NASA가 개발 중인 로봇팔의 이름은 ‘콜드암(COLDArm)’이다. 말 그대로 추운 환경에서도 잘 작동하는 로봇팔이다. 달 착륙선에 부착될 예정인데, 길이는 2m이며 4.5㎏ 중량의 물체를 옮길 수 있다. 달에 깔린 흙인 ‘레골리스’를 퍼내거나 옮기고, 팔에 카메라를 달아 주변 환경을 찍는 데 쓴다. 다양한 장비를 달 착륙선 주변에 옮기거나 배치하는 데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콜드암이 유독 추위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달에선 밤 온도가 영하 173도까지 내려간다. 지구에서 작동하는 대부분의 기계는 이런 추위에서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 움직임이 많은 부품이라면 아예 깨져 버린다.
특히 달에 인간이 항상 머무는 기지를 짓는 것이 목표인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추위 극복은 중요한 과제다. 달의 남극을 집중 탐사 지역으로 삼고 있어서다. 달의 남극에는 영구적으로 햇빛이 들지 않아 항상 밤 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그늘이 있는데, 여기에 얼음 상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달을 탐사하는 일은 곧 강추위와의 싸움인 셈이다.
■ 현재는 ‘난방 장치’ 필수
현재 기술로 이런 강추위를 상대하려면 달 착륙선이나 월면차에 들어간 ‘기어(gear)’를 데우는 난방 장치가 필수다. 기어는 여러 종류의 톱니바퀴를 조합해 큰 기계의 전체적인 움직임이나 속도를 바꾸는 핵심 장치다. 톱니바퀴는 잦은 마찰에 노출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차가운 온도를 만나면 파손된다.
문제는 톱니바퀴가 부서지는 일을 막으려고 난방 장치를 작동시키려면 반드시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NASA는 “2012년 화성에 간 탐사 차량인 큐리오시티는 하루 쓸 전력의 최대 30%를 난방 장치에 소모한다”고 밝혔다. 인류의 미래를 밝힐 탐사에 써야 할 전력을 고작 추위 극복에 이용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과학 장비를 더 실을 수 있는 자리를 난방 장치에 양보하는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 극복 비결은 ‘특수 합금’
NASA는 기어에 들어가는 톱니바퀴를 ‘벌크 메탈릭 글래스(BMG)’라는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BMG로 만든 톱니바퀴는 영하 200도의 추위 속에서도 난방 장치 없이 거뜬히 작동했다.
BMG는 1960년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처음 개발됐다. 티타늄을 비롯한 다양한 금속을 섞어 고온으로 가열한 뒤 급속 냉각을 시키면 내부 원자구조가 불규칙해지면서 높은 내구성을 얻는 원리를 이용해 만든다. 추위에 강한 것은 물론 강도도 강철의 2배에 이른다. 휴대전화와 골프채 등에 널리 사용된다. 이번에 NASA가 새로운 사용처를 찾은 셈이다.
NASA는 지난 9월 레골리스와 비슷하게 만든 흙에서 콜드암이 정상 작동하는 모습을 지구에서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콜드암은 2020년대 말에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향후 십수년 안에 인류가 달에서 각종 장비로 상주 기지를 지을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콜드암이 그런 전망을 현실로 만들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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