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 깬 푸틴, 우크라 전쟁 진두지휘
총사령관 등 10여명과 회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휘하는 군사령부를 전격 방문했다. 일주일 넘게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춰 건강이상설이 제기되자 전쟁을 직접 챙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공개 행보를 재개한 것이다.
크렘린궁은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전날 러시아 군사지휘본부를 찾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 등 군사령관 10여명과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의 졸전과 자신을 결부시키지 않기 위해 전황과 거리를 둬 왔다”며 이번 본부 방문을 이례적으로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점령지나 최전선을 공개 방문한 적도 없고, 남부 요충지 헤르손 퇴각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러시아 국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는 쇼이구 국방장관,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함께 등장한 적도 드물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유리 표도로프는 “군사령부 방문을 공개한 것은 그가 군을 지휘하고 있고 전쟁에 관심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크렘린궁의 신호”라고 NYT에 밝혔다.
이날 방문 이전까지 푸틴 대통령은 연례행사를 줄줄이 취소하며 일주일 넘게 두문불출했다. 특히 2012년 이후 한 차례도 빼놓지 않았던 연말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건강한 대통령’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해 매년 연말 출전했던 아이스하키 행사도 건너뛰었다. 이 때문에 그의 건강이상설이 다시금 떠올랐다.
여기에 더해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할 것에 대비해 푸틴 대통령이 탈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최고경영자(CEO)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친분이 깊어, 푸틴 대통령의 피신을 돕는다는 그림이다. 그의 연설비서관 출신 정치평론가 아바스 갈리야모프는 크렘린궁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의 탈출계획 작전명이 ‘노아의 방주’라는 구체적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이 매년 마지막 날 진행해 온 대통령 TV연설, 신년 의회 시정연설 등까지 취소할 경우 푸틴 대통령의 신변이상설이 더 확산할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그가 어떤 모습을 드러낼지가 관건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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