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감정에 생기를 부여하려는 이에게...

안진용 기자 2022. 12. 18. 21: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본다.

이렇듯 매일 나와 마주하지만, 정작 나는 나를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MBC 아나운서를 거쳐 지금은 '당인리책발전소'를 돌리고 있는 저자 김소영은 신간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책발전소X테라코타)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거나 소중한 이가 떠날까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크리스티앙 보뱅의 '그리움의 정원에서'를 건넨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소영 에세이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본다. 외출 전 거울 속 나를 쓱 훑은 후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듯 매일 나와 마주하지만, 정작 나는 나를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MBC 아나운서를 거쳐 지금은 ‘당인리책발전소’를 돌리고 있는 저자 김소영은 신간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책발전소X테라코타)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언제든 조금은 느린 호흡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나는 더욱 괜찮아질 거라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권유. 다소 상투적일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자기 감정에 취하는 것을 경계한다. 사심을 최대한 배제하고, 그 빈자리를 인생의 자양분처럼 습득한 여러 책 속의 이야기로 채운다. 책과 함께 행복한 독서광이자 서점 주인다운 글쓰기다. 그래서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는 사사로운 감정을 그럴 듯한 미사여구로 포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미처 접하지 못했거나 무심코 지나쳐버릴 수 있었던 준수한 책들을 수면 위로 낚아 올려 곱씹을 화두를 던진다.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거나 소중한 이가 떠날까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크리스티앙 보뱅의 ‘그리움의 정원에서’를 건넨다. ‘너로 인한 그리움과 공허와 고통마저도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가장 큰 기쁨이 된다’는 문장을 제시하며, 사랑하는 이가 곁에 없다는 고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는 듯 써내려간 글에 찬사를 보낸다.

다정함을 강요받는 세상에 지친 이들에게는 김혼비 작가의 ‘다정소감’을 소개한 챕터가 제격이다. 적당한 개인주의와 거리두기가 ‘다정하지 않음’으로 치부되는 세상 속에서 저자는 "적당한 거리에서 상대를 향한 긍정적인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유지하다 보면, 좋은 관계와 만남이 이어지기도 한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스몰 플레저’(Small Pleasures)라는 제목과는 달리, 저자에게 기대 이상의 ‘빅 플레저’(Big Pleasures)를 줬다는 클레어 챔버스의 소설을 소개하는 챕터도 흥미롭다. 꽤 두꺼운 책에 ‘스며드는’ 경험을 하고, 중반부까지 참고 읽으면 나머지 절반은 알아서 책장이 넘어가는 경험을 할 거라는 이 책은, 작은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두 여성이 주인공이다. 활력없는 삶을 사는 여성이 자신과 사뭇 다른 여성의 모습을 보며 좌절감을 느끼는 과정에 대해 저자는 "내가 짊어진 현실의 무게를 느끼며, 한결 가벼워 보이는 타인의 어깨를 곁눈질하진 않는 지" 묻는다. 정답을 알 수 없는 미로와 같은 인생길을 걸으며, 소소한 기쁨에 조금 더 마음을 열다보면 우연히 상상한 적 없는 큰 기쁨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충고는 뒷머리를 세게 때리지는 않지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조언이다.

에세이 (essay).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이다. 저자는 이런 글의 성격을 정확히 짚으며 한 땀 한 땀 책을 채운다. 21권의 책읽기를 통해 자신에게 울림을 준 문장에 감탄하고, 깊이 있는 사색과 시선을 담아 다시 일상의 언어로 풀어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저자가 제시한 21권 중 1권쯤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든다는 것이다. 223쪽. 1만5800원.

안진용 기자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