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때 체불 임금 최우선 변제…불법 파견 노동자도 동일 적용”
파견 노동자 ‘미지급’ 사건에
1·2심은 “최우선 순위” 인정
대법선 “불법 파견에도 해당”
회사가 임금을 주지 못한 채 파산한 경우 파견노동자에게도 못 받은 임금 일부를 우선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고 대법원이 처음으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불법 파견된 노동자도 같은 권리를 보장받는다고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 등이 자산유동화전문회사인 B사를 상대로 낸 배당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C사는 2016년 D사에 노동자를 파견했다. 그러나 D사는 3개월이 지나도록 C사에 파견 대금을 지불하지 않다가 파산했고, C사는 파견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못 받은 임금 일부를 근로복지공단이 대신 지급한 게 전부였다.
D사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D사 자산에 대한 근저당권을 넘겨받은 자산유동화전문회사 B사는 D사의 자산을 매각한 뒤 우선순위에 따라 채권자들에게 매각대금을 배당했다. B사는 우선 임금과 퇴직금을 못 받은 D사 노동자들에게 가장 먼저 돈을 배당했다. 이어 세금을 받지 못한 자치단체에 돈을 배당했다. 남은 돈은 근저당권을 갖고 있는 자사에 배당했다. 임금채권-조세채권-별제권(근저당권자 등의 채권) 순으로 배당 우선순위를 규정한 관련 법에 따른 것이다. 파견노동자의 체불 임금에 대한 채권은 배당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자 D사의 파산관재인인 A씨가 이의를 제기했다. A씨는 D사에 파견된 노동자의 체불 임금도 근저당권자인 B사보다 우선해 변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근로복지공단이 회사 대신 파견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임금(체당금 채권) 역시 B사보다 우선해 변제받아야 한다고 했다. ‘못 받은 임금 중 최종 3개월치나 3년치 퇴직금은 배당에서 최우선 변제권을 갖는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조항을 파견노동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B사는 ‘체불 임금 3개월치’에 대한 최우선 변제권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에 파견노동자에 대한 내용이 없는 데다 당시 파견은 ‘불법 파견’이어서 최우선 변제권이 없다고 맞섰다.
1심과 2심은 A씨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파견노동자의 체불 임금’도 최우선 변제권이 인정된다고 봤다. ‘노동자의 최소생계 보장’이라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 ‘파견받은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파견노동자의 임금이 지급되지 못했을 경우 파견받은 사업자와 파견한 사업자가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파견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체불 임금을 노동자 대신 요구하는 것(채권 대위)’이라 최우선 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 역시 파견노동자의 체불 임금도 최우선 변제권이 인정돼야 하며, 이는 불법 파견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결했다. 불법 파견 사업자가 도리어 채무를 지지 않는 모순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또 원심과 달리 공단의 체당금 채권 역시 최우선 변제권이 인정된다고 봤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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