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소관 업무도 모르는 이상민
‘명단 파악 업무’ 법으로 규정
발언 논란 일자 “장관은 몰라”
취임 반년 업무 미숙지 ‘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이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유족 명단은 행안부에 없다”고 한 발언이 단순 ‘해프닝’을 넘어 업무 파악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취임한 지 6개월이 넘은 장관이 이 같은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재난 대응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입수한 행안부 공문 내역을 보면 지난 10월29일 참사 직후부터 행안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법무부·국세청, 세종특별자치시 등 지자체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희생자·유족 명단을 공문으로 주고받았다.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과 주민등록법, 지방세기본법에 근거한 조치였다.
지난 11월3일 행안부 주민과는 희생자 주민등록번호를 중대본,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과에 제공했다. 중대본의 이태원 사고 수습 지원 협조 요청에 따른 조치다. 이어 11월7일에도 주민과는 두 곳에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모두 행안부 주민과장의 서명이 쓰여 있다.
특히 11월7일부터는 행안부의 다수 공문에 유족 명단 요청이 등장했다. 정부가 유족에 대해 지방세 감면 등 지원 정책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행안부 지방세특례제도과는 지자체와 법무부에 관련 행정을 위한 ‘가족관계증명서 발급’과 ‘사망자 유가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이틀 내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에 보낸 공문에는 ‘붙임’으로 ‘이태원 사고 관련 사망자(외국인) 명단’도 첨부됐다.
이에 세종시와 법무부는 11월9일 참사 희생자 유가족 정보,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행정안전부 장관(지방세특례제도과장)’을 수신자로 해 회신했다.
11월10일 공문에도 행안부가 참사 희생자, 유족 명단을 보유한 정황이 확인된다. 이날 서울시장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이태원 사고 관련 지방세 감면 대상자 통보’를 하면서 ‘해당 유가족에 대한 정보를 붙임과 같이 통보하오니 감면 대상자 자료 구축 등 지방세 감면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공문에도 ‘사망자 및 유가족 내역’이 첨부됐다.
행안부는 이 같은 내용이 ‘법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 제공’이라는 점을 공문에 밝혔다. 지방세기본법 130조(과세자료의 수집에 관한 협조 요청), 재난안전법 66조 3항(재난 피해 주민의 생계 안정 지원), 주민등록법 30조(주민등록 전산자료 조회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3가지 법 모두 행안부 소관이다. 재난안전법은 참사 희생자·유족 지원, 주민등록법은 희생자·유족 파악의 주된 근거 법령이다.
이상민 장관은 지난 11월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자꾸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행안부에서는 (유족들) 연락처는 물론 명단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해당 발언 직후 행안부가 참사 이틀 뒤(10월31일) 서울시에서 유족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명단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행안부 측은 “실무진이 확보해 장관은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각종 지방세 감면 등 재난 지원 관련 법령을 행안부가 총괄하는 데다, 주민등록 자료 제공 또한 행안부 소관이다. 이 때문에 ‘행안부 장관이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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