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버스터] 시진핑과 빈 살만의 위험한 밀착…한국 덮치는 사우디발 충격파
정윤식 기자 2022. 12. 18. 20:33
미 · 중 패권 경쟁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사우디…한국과 동북아에 미칠 영향 분석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였던 사우디지만 미국 바이든 정부와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두고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 증산을 요청하러 갔다가 매몰차게 외면당하기도 했죠. 외신들은 바이든이 빈 살만의 비웃음만 보고 돌아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선물 보따리를 잔뜩 챙기는 것도 물론 잊지 않았죠.
중동의 민주화 바람을 지켜봤을 빈 살만 왕세자로선 인권 문제와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중국이 미국보다 편할 것이고 시진핑 주석 역시 1인 지배 체제를 확고하게 다진 빈 살만 왕세자를 '말 잘 통하는 화끈한 파트너'로 보고 있을 거란 겁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문으로 중국과 사우디는 '도원결의'를 맺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가까워진 모양새입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한 걸 넘어 2년마다 서로 방문해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죠.
두 나라는 막대한 규모의 경제 협력도 약속했습니다. 에너지와 정보 통신 등을 망라하는 34개 분야에서 우리 돈 약 38조 규모의 초대형 경제 협약을 맺었죠. 시진핑 주석은 특히 석유와 가스를 달러가 아닌 중국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달러화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겁니다.
사이버 보안을 이유로 미국에 의해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았던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가 사우디에 클라우드 센터와 초고속 인터넷 단지를 건설하기로 한 내용도 눈에 띕니다. 한때 잘나가던 스마트폰 사업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던 화웨이로선 큰 활로를 찾게 된 거죠.
두 나라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중국 기업들의 네옴시티 사업 참여도 늘어나겠죠. 우리 기업들의 싸움은 그만큼 더 치열해질 걸로 보입니다.
중국과 사우디의 결속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또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문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 중국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한 파트너를 만들려는 게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원유값의 위안화 결제 추진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죠. 그렇다면 중국의 진짜 속내는 뭘까요?
이쯤 되면 빈 살만 왕세자가 시진핑 주석 앞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충격파는 미국의 동맹국이자 동시에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둔 우리에게도 결코 작을 수 없습니다.
가는 곳마다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부자의 상징' 만수르보다 10배나 많은 재산을 가진 걸로 알려진 중동 최고의 부호. 왕위를 형제에게 넘기는 전통을 깨고 권력 서열 1위를 거머쥔 37살의 절대 권력자. 무엇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례 없는 줄타기 외교를 선보이며 국제 사회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는 바로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bin Abdulaziz Al Saud)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이야기입니다.
최첨단 미래도시 '와칸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 <블랙팬서>. 상업영화 상영이 금지됐던 사우디에서 이 영화를 시작으로 35년 만에 영화관을 개방한 빈 살만 왕세자는 와칸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랍어로 '새로운 미래'를 뜻하는 '네옴(NEOM) 시티 프로젝트'가 태동한 순간이죠.
빈 살만의 꿈 '네옴시티'…뜨겁게 달아 오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첨단 미래도시 '와칸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 <블랙팬서>. 상업영화 상영이 금지됐던 사우디에서 이 영화를 시작으로 35년 만에 영화관을 개방한 빈 살만 왕세자는 와칸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랍어로 '새로운 미래'를 뜻하는 '네옴(NEOM) 시티 프로젝트'가 태동한 순간이죠.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사막에 서울의 마흔네 배 면적에 달하는 최첨단 미래도시를 만드는 사업입니다. 높이 500m, 길이 170km의 유리 벽 안에 수직형 주거 단지를 만드는 '더 라인(The Line)'과 바다 위에 지름 7킬로미터의 팔각형 산업 단지를 띄우는 '옥사곤(OXAGON)', 산맥과 호수가 어우러진 초대형 관광 단지 '트로제나(TROJENA)'를 짓겠다는 겁니다. 총 투자액은 무려 5000억 달러, 우리 돈 약 640조 원으로 우리나라 올해 예산을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건설은 물론 철도, 항만, 의료, 에너지, 반도체, 인공지능까지 전 세계 기업들에게 총성 없는 '수주 전쟁'이 열린 셈이죠.
문제는 천문학적인 '오일 머니'가 풀리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만 뛰어들 리 없다는 겁니다. 심지어 국가 지도자가 직접 사우디로 날아간 나라가 있으니, 바로 중국입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최대 수입국은 어딜까요? 다름 아닌 중국입니다. 사우디 원유 수출량의 무려 25%를 사들이고 있죠.
사우디로 날아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차원이 다른 환대에 숨은 뜻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최대 수입국은 어딜까요? 다름 아닌 중국입니다. 사우디 원유 수출량의 무려 25%를 사들이고 있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6년 만에 사우디를 방문했는데 우량 고객이라고는 하지만 환대가 극진하다 못해 화려했습니다. 시 주석의 전용기가 영공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내려서 이동할 때까지 말 그대로 초호화 의전이었죠.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와 달리 왕자들까지 공항에 마중을 나왔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아랍권에 대한 최대 규모이자 최고 수준의 외교 활동입니다."
- 마오닝(중국 외교부 대변인, 지난 12월 8일) -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였던 사우디지만 미국 바이든 정부와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두고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 증산을 요청하러 갔다가 매몰차게 외면당하기도 했죠. 외신들은 바이든이 빈 살만의 비웃음만 보고 돌아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선물 보따리를 잔뜩 챙기는 것도 물론 잊지 않았죠.
사우디는 반색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란과 같은 주변국들을 견제하면서 패권 유지에 보탬이 될 강력한 우방국이 필요한 상황에 때마침 중국이 손을 내민 거죠. 여기에 더해 시진핑과 빈 살만의 권위주의적 성향이 잘 통할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권을 가지고 자꾸 이제 내정 간섭을 하는 거에 대한 불만을 (빈 살만 왕세자가) 갖게 된 거죠. '더 이상 이제 미국에 100% 의지해 가지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는 그런 상황을 이제 가지게 됐고…."
- 이원삼(선문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중동의 민주화 바람을 지켜봤을 빈 살만 왕세자로선 인권 문제와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중국이 미국보다 편할 것이고 시진핑 주석 역시 1인 지배 체제를 확고하게 다진 빈 살만 왕세자를 '말 잘 통하는 화끈한 파트너'로 보고 있을 거란 겁니다.
빈 살만과 시진핑의 '도원결의'…막대한 '오일 머니'는 어디로 향할까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문으로 중국과 사우디는 '도원결의'를 맺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가까워진 모양새입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한 걸 넘어 2년마다 서로 방문해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죠.
"이번 회담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의 관계에 새로운 한 장을 열었습니다."
- 빈 살만(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지난 12월 9일) -
두 나라는 막대한 규모의 경제 협력도 약속했습니다. 에너지와 정보 통신 등을 망라하는 34개 분야에서 우리 돈 약 38조 규모의 초대형 경제 협약을 맺었죠. 시진핑 주석은 특히 석유와 가스를 달러가 아닌 중국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달러화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겁니다.
"상하이 석유가스거래소를 플랫폼으로 최대한 활용해 석유와 가스 무역에 대한 위안화 결제를 추진하겠습니다."
-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지난 12월 10일) -
사이버 보안을 이유로 미국에 의해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았던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가 사우디에 클라우드 센터와 초고속 인터넷 단지를 건설하기로 한 내용도 눈에 띕니다. 한때 잘나가던 스마트폰 사업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던 화웨이로선 큰 활로를 찾게 된 거죠.
두 나라의 이런 새로운 밀월 관계는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미국도 그렇지만 당장 우리나라부터 영향을 받을 일이 있습니다.
사우디 현지 언론은 지난 9월 '시진핑 주석이 사우디 국왕에게 리야드의 엑스포 유치 지지를 표명했다'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2030 엑스포 유치에 우리나라의 부산과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가 출사표를 던진 상황인데 중국이 사우디에 표를 던지겠다고 한 거죠. 엑스포 유치 도시는 내년 11월 다수결로 결정되는데, 안 그래도 사우디의 자금 동원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사우디 지지는 반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부산과 리야드의 2030 엑스포 유치 한판 승부…'최대 암초'로 등장한 중국
사우디 현지 언론은 지난 9월 '시진핑 주석이 사우디 국왕에게 리야드의 엑스포 유치 지지를 표명했다'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2030 엑스포 유치에 우리나라의 부산과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가 출사표를 던진 상황인데 중국이 사우디에 표를 던지겠다고 한 거죠. 엑스포 유치 도시는 내년 11월 다수결로 결정되는데, 안 그래도 사우디의 자금 동원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사우디 지지는 반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이 아프리카나 동남아 여러 국가들과 긴밀한 경제적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엑스포 투표가 비밀 투표로 진행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공유하고 또 문화 강국으로서 그런 부분을 공유한다면 중국과 가까운 나라들도 충분히 우리 지지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장영진(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
두 나라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중국 기업들의 네옴시티 사업 참여도 늘어나겠죠. 우리 기업들의 싸움은 그만큼 더 치열해질 걸로 보입니다.
"중국 기업이 유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대규모 사업들에는 이제 개별 회사들만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진핑이 협정을 맺은 여러 가지 분야들이 대개 우리나라 기업들이 진출한 분야와 겹치는 분야거든요."
- 이원삼(선문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세계 질서 재편의 '게임 체인저' 될지 모를 사우디…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중국과 사우디의 결속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또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문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 중국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한 파트너를 만들려는 게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원유값의 위안화 결제 추진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죠. 그렇다면 중국의 진짜 속내는 뭘까요?
전문가들은 '타이완 전쟁' 가능성을 꼽습니다.
중국이 오는 2027년 실제 무력 행동에 나설 수 있단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죠.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에 맞닥뜨릴 경우를 가정해 석유를 직접 사들일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해 두기 위해서란 겁니다.
"타이완 문제나 이런 것 때문에 이 오일이나 가스를 수급하는 데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다면 이제 중국으로서는 결정타를 맞기 때문에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말라카 해협을 지나지 않고 육로 쪽으로 해서 들어오는 여러 가지 루트를 지금 개발하고 있습니다."
- 이원삼(선문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이쯤 되면 빈 살만 왕세자가 시진핑 주석 앞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며 중국이 주권, 안보, 영토의 온전성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 외부 세력이 인권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확고히 반대한다."
-빈 살만(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지난 12월 8일) -
미·중 패권 경쟁의 충격파는 미국의 동맹국이자 동시에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둔 우리에게도 결코 작을 수 없습니다.
사우디가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 재편의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지금 중국은 과연 어디까지 팽창하려 할지, 동북아의 안정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복잡하게 얽힌 변수들을 세밀하게 주시해 나침반을 정밀히 세워야 할 때입니다.
(취재 : 정윤식 / 영상취재 : 이재영 / 편집 : 정용희 / 콘텐츠디자인 : 장지혜 방명환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정윤식 기자jy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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