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 황실의 위엄 세운 ‘궁중예술의 정수’ 무대에
고종 재위 40년 맞아 1902년 개최
온종일 잔치 100분 공연으로 재구성
당대 최고의 궁중무용·음악 선보여
객석 위치를 황제의 어좌로 설정해
고종의 시선으로 공연 관람케 구성
하지만 황태자는 다음날 두 번째 예소를 올리고 역시 거절당하자 그 다음날 신하들을 거느리고 거듭 간청한다. 그렇게 다섯 번째 예소가 올라오자 고종황제는 11월15일 ‘간소화’를 조건으로 마지못해 진연을 윤허한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개막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임인진연은 120년 전 황제에게 올린 우리 민족의 최고로 정제된 예술작품”이라며 “그 당시 최고 예술가들이 만든 수준 높은 궁중예술을 국민 모두가 함께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무대 공연용으로 재창조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임인진연’은 120년 전 잔치 내용이 상세하게 담긴 기록유산 ‘진연의궤’와 병풍화 ‘임인진연도병’ 등을 바탕으로 엄격한 고증을 거쳐 만들어졌다. 1902년 당시 온종일 치러졌던 잔치를 100분 분량으로 재구성했다. 관객이 음악과 무용에 집중하도록 지나치게 복잡하고 긴 의례와 음식을 올리는 절차 등은 생략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은 황제에게 일곱 차례 술잔을 올린 예법에 맞춰 공연을 선보인다. 궁중무용은 봉래의, 헌선도, 몽금척, 향령무, 선유락, 궁중음악은 보허자, 낙양춘, 해령, 본령, 수제천, 여민락, 헌천수 등이 펼쳐진다. 옛 궁중에서만 선보였던 무용과 음악이라 요즘 관객들에겐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왕가의 잔치를 눈앞에서 보는 경험 자체가 색다른 맛으로 만족감을 준다.
박동우 연출(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은 “관객분들이 당시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볼 수 있도록 했다”며 “이는 당시 대한제국과 달리 현재의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당초 ‘임인진연’은 지난 3월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8월로 미뤄졌다가, 공연 직전 폭우로 국립국악원 시설 일부가 침수되면서 12월에 열리게 됐다.
박 연출은 “120년 전에도 콜레라 창궐과 행사 장소의 시설 문제로 임인진연이 두 번 연기됐다가 12월에 진행됐다”며 “이번에도 (우여곡절 끝에) 12월에 공연을 올리게 돼 참으로 기묘한 우연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공연은 오는 21일까지.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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