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49재 날 술잔 구입하며 농담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49일째인 지난 16일 서울 이태원역 앞에서 열린 시민 추모제에 불참했다. 대신, 비슷한 시간 서울 안국역 근처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열린 소비 촉진 행사 ‘윈·윈터 페스티벌’에 모습을 나타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표정은 환했다. 윤 대통령은 ‘방짜유기 둥근술잔’을 구입한 뒤 “술 좋아한다고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라며 농담을 했다. 수많은 시민이 추모제를 찾아 희생자를 기리고 유족을 위로하며 함께 울었다. 정작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은 다른 행사장에서 우스갯소리를 하고 있었다니 말문이 막힌다. 윤 대통령의 무공감, 무성의, 무책임이 개탄스럽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는 주제로 열린 추모제에 정부와 국민의힘 인사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것은 상징적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미안해하지 않으며, 참사를 기억하기보다 덮어버리고 싶은 정권의 내심을 드러낸다.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며 사퇴 여론을 뭉개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불참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유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추모제 참석조차 회피하면서 어떻게 사고를 수습하겠다는 말인가. 국가애도기간이 종료된 후 참사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는 윤 대통령, 대통령 심기를 살피느라 이태원의 ‘이’자도 꺼내지 않는 정부·여당을 보며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정치적 득실을 따지기에 급급한 집권세력의 행태는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 말처럼 “사람됨을 잊은 정치”일 따름이다.
여당의 비협조로 인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는 개문발차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우상호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은 18일 “예산안 처리 문제 때문에 국정조사를 무산시킬 수는 없다. 19일 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본조사 일정과 증인을 채택할 것”이라고 했다. 국정조사 기간 45일 중 절반 이상이 지나갔다. 더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다. 민주당·정의당 등 야당만이라도 국정조사에 돌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태원 참사가 국가의 직무유기로 빚어진 인재임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정무적 책임을 묻고 재난관리 시스템을 점검·보완해야 할 국정조사 필요성은 더 커졌다. 여당은 예산안 핑계 대지 말고 즉각 국정조사에 복귀해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그것이 슬픔에 잠긴 유가족과 고통에 시달리는 생존자들을 위해 집권세력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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