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미분양 공포’...“강남 10분거리 땅도 안팔려요”
실적 안따지는 2순위서도 응찰 ‘0’
미분양 속출·PF사태에 매입 꺼려
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LH는 지난 15일 부천원종 공동주택용지 B1블록을 공급하기 위한 2순위 신청을 받았으나 단 한곳의 건설사도 응하지 않았다. 앞서 LH는 이틀 전인 13일 실시한 1순위 모집에 신청자가 나타나지 않자 2순위 모집을 실시했다. 2순위의 경우 건설사의 과거 주택건설실적, 시공능력 등을 전혀 따지지 않음에도 한 곳도 신청하지 않은 것이다. 부천원종지구 지구계획에 따르면 B1블록은 지구내 유일한 민간분양 아파트 용지로, 전용면적 60㎡이하 282가구가 공급되는 곳이다.
부천원종지구는 서울 양천·강서구와 불과 2km 떨어져있다. 그중에서도 B1블록은 차로 3분이면 서울에 도달할 정도로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다. 인근에 서해선 원종역이 예정돼있고, 3기 신도시인 부천대장지구와 맞물려 있는 등 나름의 호재도 있다. 지난해 사전청약이 이뤄진 B2블록은 인기가 덜한 신혼희망타운임에도 불구하고 3.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같은 시기 공급된 의왕월암(1.9대1), 분당 인근에 위치한 성남낙생(2.7대1)보다 높은 경쟁률이었다.
아파트를 지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공공택지는 부천원종뿐이 아니다. 성남복정1지구의 경우 최근 B1블록이 지난 2순위 모집에서도 땅을 사들일 건설사를 찾지 못해 결국 지난 12일 수의계약에 나섰다. 위례신도시와 맞닿아있는 성남복정1지구는 B1블록에서 서울 송파구가 도보 10분 거리다. 아파트 평수 역시 선호도 높은 60~85㎡의 중소형 평형(315가구)로 구성해야하는 단지다.
공공택지가 주인을 못찾는 부동산 시장 한파의 영향이 크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미분양과 청약미달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가운데,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를 무릎쓰고 서둘러 아파트를 공급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부동산 PF사태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한몫하고 있다. 공공택지를 매입하려면 20~30억원의 신청예약금은 물론, 계약시 토지대금의 10%를 우선 납부해야 한다. 토지대금은 최소 수백억원으로, 성남복정1 B1블록(약1692억원)과 같이 1000억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최근까지도 공공택지 입찰에 적극적이던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시장상황에서 1000억이 넘는 공공택지를 매입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공공택지가 유찰된 사례는 최근 수년간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에선 지난 8월 충북 괴산 미니복합타운 A-3블록이 사실상 처음으로 유찰된 바 있다.
공공택지를 매입하면 6개월내 반드시 사전청약을 실시해야하는 ‘사전청약 의무’ 제도가 최근 폐지됐지만,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달 10일 건설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택지 사전청약 의무제도를 폐지했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돼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사전청약을 하는 것을 방지해주기 위해서다. 사전청약에서 대거 미달이 나면 ‘미달 아파트’로 시장에 각인돼 향후 본청약에서도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 사전청약 의무 폐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그 정도로는 공공택지를 매입할 유인이 전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2순위까지 유찰된 공공택지들은 이후 수의계약으로 진행된다. 땅을 살 건설사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기다리는 것이다.
한 때 건설사들이 자회사 명의까지 총동원해 싹쓸이하던 수도권 공공택지가 팔리지 않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기준 4.79% 하락했다. 부동산원이 아파트값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3년 12월 이후 연간 기준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중이다.
부동산 거래도 씨가 마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는 총 1만1161건으로, 지난해 기록한 4만1987건의 4분의 1 수준이다. 서울시가 2006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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