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곧 청년위기 [봄B스쿨 경영산책]
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골드만삭스는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저출산 고령화'로 2050년 대한민국은 경제강국 지위를 상실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 고령화'를 국가 쇠락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산업인력의 부족, 초고령화로 인한 사회활력 저하 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는 386세대와 X세대에서 잉태됐다. 1960년대 근대화와 함께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캠페인이 효과를 거두어 두 자녀 가정에서 성장한 386세대와 X세대가 결혼 후 한 자녀 또는 무자녀를 둔 가정으로 변하면서 초래된 것이다. 한 자녀 가구 비율은 2000년 45.3%, 2005년 49%, 2007년 51.2%로 증가했고, 두 자녀 가구는 2000년 41.6%에서 2020년 35.1%가 되었다. 세 자녀 이상 가구 비율은 2000년 13.2%, 2007년 12.3%, 2010년 10.7%, 2020년 8.3%로 하락했다. 무자녀 또는 한 자녀인 가정이 55% 이상이 된 셈이다.
저출산은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출산할 여유가 없어지고 '결혼과 출산'을 혐오하는 사회 풍조가 퍼진 데 기인한다. 특히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며 맞벌이 가정의 육아문제가 저출산이라는 사회문제로 변화되었고, 386세대와 X세대의 청년 정신이 변하면서 초래됐다. 청년 386세대와 X세대의 정신적 위기는 DINK(Double Income No Kids)족의 증가로 상징된다. 2018년 모 취업컨설팅 업체의 설문조사에서도 20·30대 미혼 성인남녀 877명 중 93%가 결혼 후 맞벌이 계획이 있다고 했고, '결혼 후 무자녀 계획'을 생각하는 '딩크족'은 43.9%로 조사되었다.
'저출산은 곧 청년위기다'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청년위기'는 청년세대가 직면하는 사회경제적 정신적 위기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청년위기와 저출산은 한 덩어리로 작동하고 있다. 386세대와 X세대들이 갖고 있는 금전 중시의 사고방식과 결혼 기피 가치관은 저출산의 씨앗이 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상한 우리나라 청년위기는 '취업난'이다. 공식적인 청년실업률은 2000년 이후 7~12%로 증가세를 보였고, 청년 확장실업률(체감실업률)은 25%를 넘어섰다. 청년취업난은 만혼을 늘려 가임기간이 짧아지면서 저출산을 촉발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또 다른 청년위기는 '청년소멸'이다. 청년소멸은 구조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이 있다. 전자는 저출산으로 청년인구 수가 감소하는 것이다. 그 여파는 국가 연구개발(R&D) 혁신역량을 쇠퇴시키며 산업인력 공급 부족으로 경제 쇠락과 국력 약화를 연쇄적으로 초래한다. 청년세대의 축소는 군병력 자원의 부족으로 안보 공백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또한 연금 부실화로 노년 사회복지 안전망이 붕괴되고, 지역소멸을 가속화시키는 등 사회의 모든 부문들이 무너질 수 있다.
정신적 측면의 '저출산 청년위기'는 도전, 개척, 창조 정신의 약화와 용기, 패기 등 청년 정신의 쇠진이다. 청년 정신이 스러지면 사회는 활력과 생기를 상실하며 집단 무기력증으로 침체와 쇠망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우리가 '저출산 청년위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청년이 국가공동체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청년층이 구조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해지면 공동체의 미래는 없다. 분명해진 것은 지금까지 시도해 온 저출산 대책은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약 260조 원이 투입된 저출산 정책은 효과 없이 오히려 합계출산율이 0.79명까지 하락했다. 현금 살포 출산 장려금 지급 정책은 실패임에도 그동안 지속한 이유는 정치인들이 선거 표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지 자성해 볼 일이다.
이제는 '저출산 청년위기' 해결을 위해 기업이 기업시민정신(Corporate citizenship)을 적극 발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저출산 청년위기'는 우리 모두의 사회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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