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역사를 바꾼 루이15세와 드 브노쥬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2. 12. 1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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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왕 루이15세 1728년 샴페인만 병에 담도록 칙령/2차 병발효로 효모 풍미·복합미 극대화 샴페인 레시피 정착/올해 루이15세 즉위 300주년 맞아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15세.
역대 프랑스 왕의 즉위식이 열리던 화려하고 웅장한 랭스대성당. 사랑하는 이의 품처럼 부드러운 구릉을 따라 펼쳐진 에페르네 포도밭. 5만원 안팎으로 코스요리를 맛보는 미슐랭 레스토랑. 그리고 사방을 포도밭이 포위한 와인바에 앉아 즐기는 따사로운 햇살과 부드러운 버블이 입술을 간지럽히는 샴페인 한잔까지. 한 모금에도 오감을 사로잡는 샴페인의 본고장이자 왕들의 도시, 이곳은 프랑스 상파뉴입니다.
랭스대성당.
◆프랑스 왕들의 도시 상파뉴
496년 서게르만계 프랑크 족이 세운 프랑크 왕국의 초대 왕 클로비스. 그가 로마 카톨릭으로 개종한 뒤 가톨릭교의 주교인 생 레미에게 세례를 받고 대관식을 거행한 역사적인 장소가 상파뉴 여행의 핫플레이스 랭스 대성당(Cathedrale Notre-Dame de Reims)입니다. 정교한 조각 작품 2300개로 외벽을 꾸민 대성당 정면의 파사드, 파이프 오르간과 매혹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지름 12.5m의 거대한 장미창 등 볼거리가 많아 랭스 여행자들이 꼭 들러야하는 곳이죠. 프랑스 파리 동역에서 TGV를 타고 동쪽으로 40분을 달리면 랭스역에 도착합니다. 과거 프랑스 왕들은 왕위에 오르면 예외 없이 랭스 대성당에서 대관식을 거행했는데 샤를 10세까지 모두 27명의 대관식이 이곳에서 열렸답니다. 프랑스 왕들은 대관식때 어떤 와인을 마셨을까요. 바로 샴페인입니다. 랭스가 ‘왕들의 도시’, 샴페인이 ‘왕들의 와인’으로 불리는 이유죠. 기쁜 일이 있을때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바로 이런 역사적인 유래때문입니다.
루이15세.
프랑스 왕들중 샴페인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왕이 루이 15세 입니다. 그는 1728년 5월 25일 주류중 오로지 샴페인만 유리병에 담아 유통시킬 수 있다는 칙령을 내립니다. 지금과는 달리 와인이 나무통으로 배럴째 거래되던 시절에 루이 15세가 샴페인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업적을 남긴 겁니다. 샴페인을 병에 담는 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샴페인은 2차 병 발효와 숙성을 반드시 거칩니다. 작은 병에서 발효를 하면 버블의 알갱이 아주 미세해지면서 부드러워집니다. 또 발효를 다 마친 효모와 함께 계속 숙성시키는 쉬르리(Surlees)를 거치는데 병 숙성기간이 길수록 효모의 풍미가 극대화되면서 빵의 풍미 등 복합미가 뛰어난 샴페인이 만들어집니다. 돔 페리뇽(Dom Perignon) 기본 6년동안 병 숙성하는 이유입니다. 루이 15세의 칙령 덕분에 샴페인을 병에 담게 되면서 우리가 지금 맛보는 샴페인의 2차 병발효라는 레시피가 탄생하게 된 겁니다. 여기에 배럴로 거래될때는 유실될 수밖에 없는 버블도 완벽하게 보존할 수 있게 되면서 샴페인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리게 됩니다.
마담 드 퐁파두르.
루이 15세 칙령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루이 15세의 애첩중 한명으로 20년동안 죽을때까지 루이 15세의 사랑을 받은 인물이 바로 마담 드 퐁파두르(Madame de Pompadour ·1721∼1764)랍니다. 루이 15세의 애첩들이 대부분 귀족출신이었지만 퐁파두르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평민 출신이라는 신분때문에 루이 15세의 애첩이 되고서도 차별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루이 15세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은 미모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그림, 연기, 성악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고 당대 최고의 문학가와 사상가들이 모이는 살롱을 열어 프랑스의 문화를 주도할 정도로 대단한 지적 매력을 지녔다고 합니다. 특히 패션 감각이 뛰어나 머리에 붙는 땋은 머리 스타일은 황태자비 시절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해 유럽 여성들이 모두 따라했을 정도로 당대 패션을 주도했다는 군요. 퐁파두르는 노르망디에 살았는데 그녀에게 샴페인을 보내두고 노르망디에서 만나 샴페인을 즐기려고 병입을 허용했다는 뒷얘기가 전해집니다.
드 브노쥬 루이15세 즉위 300주년 기념 에디션.
돔 페리뇽 조각상.
◆루이 15세 즉위 300주년과 샴페인 드 브노쥬
이 처럼 상파뉴 역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루이 15세에게  헌정하는 와인이 샴페인 드 브노쥬(Champagne de Venoge)의 루이 15세(Louis XV)입니다. 그가 프랑스왕에 즉위한지 올해 꼭 300주년을 맞았습니다. 랭스역에서 TER을 타고 20분을 남쪽으로 달리면 에페르네(Epernay)역에 도착합니다.  에페르네 관광안내소와 시청을 지나자마자 샹파뉴 거리(Avenue de Champagne)가 펼쳐지는 군요. 중세풍의 화려한 건물을 자랑하는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들이 즐비합니다. 상파뉴 모엣 샹동 하우스 앞에 선 돔 페리뇽 조각상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거리를 따라 내려가면 페리에 주에(Perrier-Jouet),  폴 로저(Pol Roger)를 지나 길 건너에 드 브노쥬 하우스가 등장합니다.
드 브노쥬 하우스.
앙리 마르크 드 브노쥬.
한 눈에도 평범하지 않은 고풍스런 대저택을 보니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를 잘 알겠습니다.  스위스  귀족 앙리 마르크 드 브노쥬(Henri Marc de Venoge)가 1825년 상파뉴 에페르네로 이주해 그의 아들 요제프와 함께 1837년 ‘드 브노쥬 앤 시에(De Venoge & Cie’)를 설립하면서 드 브노쥬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올해로 185년이 됐네요.  건축가 샤를 블롱델(Charles Blondel)이 설계한 하우스 건물은 1896년 프릭스 데 롬(Prix de Rome)을 수상한 걸작입니다. 1882년 설립된 샴페인 최고 생산자 협회(Syndicat des Grandes Marques)의 창단 멤버인 샴페인 드 브노쥬는 뛰어난 맛때문에 왕실과 귀족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드 브노쥬 거래 장부.
컬러 일러스트레이션 레이블.
◆유네스코도 인정한 문화유산 드 브노쥬 
건물로 들어서자 멋진 슈트를 차려입은 마케팅 매니저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루이15세 흉상이 놓인 현관을 지나 서재로 들어섭니다.  드 브노쥬 거래 내역이 담긴  두툼한 양장본 장부와 180년 동안 사용된 레이블을  모두 모아놓은 빛바랜 스크랩이 드 브노쥬의 역사를 얘기합니다. 그중 빨간색 원형 레이블이 눈에 띕니다. 샴페인 역사에서 최초로 사용된 컬러 일러스터레이션 레이블입니다. 드 브노쥬는 설립직후인 1838년 붉은 동그라미 안에 와인 병 2개를 넣은 일러스트로 꾸민 샴페인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당시 샴페인은 색깔을 넣지 않고 단순하게 글자만 적던 시절이라 드 브노쥬는 디자인은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됩니다. 알록달록한 드 브노쥬의 샴페인 캡을 모아놓은 액자는 집에 걸어 놓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나는군요. 
‘굴 점심식사(Le Déjeuner d'huîtres)’.
‘굴 점심식사(Le Déjeuner d'huîtres)’.
당구대가 놓인 다른 방에는 루이15세 시대에 귀족들이 석화와 샴페인을 즐기는 풍경을 담은 유명한 그림이 벽에 걸려 있습니다. 장 프랑수아 드 트루아(Jean Francois de Troy)의 작품 ‘굴 점심식사(Le Déjeuner d'huîtres)’입니다. 루이 15세가 베르사유 궁전의 식당에 걸려고 이 그림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샴페인이 등장하는 최초의 그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에서 귀족들이 석화(하프셀)를 잔뜩 쌓아 놓고 샴페인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보니 루이15세 시대에 샴페인 귀족사회에서 널리 애용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굴과 샴페인이라. 굴은 날씨가 추울수록 맛있어지니 샴페인과의 페어링에 도전해봐야 겠네요.
스테인드글라스.
드 브노쥬 정원.
드 브노쥬 건물에는 이처럼 다양한 예술품들을 만날 수 있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합니다. 특히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중간층에 설치된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압권이네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 천사는 왼손에는 월계수 가지와  오른손에는 오렌지로 보이는 과일을 들고 붉은 과실이 넘치는 정원 위를 나는 모습을 환상적으로 담았습니다. 2층은 드 브노쥬의 광고 포스터 등으로 꾸며졌습니다. 테라스에 서니 와이너리 건물 뒷쪽에 펼쳐진 아름다운 정원과 에페르네 포도밭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입니다. 
응접실.
루이15세 초상화.
드 브노쥬 테이스팅 룸으로 사용되는 응접실로 들어섭니다. 해링본 무늬 나무 마루에 깔린 거대한 하늘색 카펫. 정교한 나뭇조각이 돋보이며 지금도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수백년된 그랜드 피아노. 높이 3m를 훌쩍 넘는 높은 천정에 매달린 화려한 샹들리에. 대리석 탁자와 화병 2개가 놓인 고가구. 그 위에 걸린 루이15세의 12세때 모습을 담은 거대한 초상화까지. 마치 루이15세가 살던 궁전에 와 있는 느낌입니다.
셀러.
셀러.
루이 15세 2008 빈티지.
◆마담 퐁파두르의 우아함을 닮은 드 브노쥬 디자인의 탄생 
지하 1층 셀러로 내려서니 한자리에서 오랜 세월 뽀얀 먼지를 이불처럼 덮고 맛있게 익어가는 샴페인들 셀러마다 빼꼭하게 쌓여있습니다.  효모찌꺼기를 병입구로 모으는 리들링 작업을 진행하는 나무판 뿌삐트르(Pupitre)에는 드 브노쥬 프린스(Princes)가 꽂혀있습니다. 병 모양이 아주 독특합니다. 밑바닥이 넓은 아름다운 카라페(carafe)의 모양입니다. 드 브노쥬를 상징하는 우아한 병 디자인으로 무려 1858년부터 이런 디자인을 적용했다니 미적 감각이 대단하네요. 당시 샴페인은 병입전에 효모 찌꺼기 등 부유물을 제거하는 필터링을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시기로,  왕이나 귀족들은 와인 병 바닥에 찌꺼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려 크리스털 카라프에 옮겨 마셨답니다. 이런 카라프 모양을 닮은 프린스는 바닥이 둥글고 넓적해서 당시 찌꺼기를 쉽게 모을 수 있었습니다.
드 브노쥬 뚜르 에펠.
루이 15세 스페셜 에디션.
프린스 병의 모양은 위는 폭이 좁고 길면서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며 바닥 모서리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했습니다. 마치 바닥에 끌리는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우아하면서 지적이며 고혹적인 자태를 발산하는 마담 퐁파두르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프린스는 당시 샴페인 하우스를 이끌던 조셉 드 브노쥬(Joseph de Venoge)가 드 브노쥬 샴페인을 좋아하던 오랑쥬 대공(Princes of Orange)과의 각별한 인연을 기리기 위해 만든 와인인데 지금은 드 브노쥬를 대표하는 샴페인이 됐습니다.  드 브노쥬는 에펠탑 건립 130주년을 맞아 선보인 뚜르 에펠(Tour Eiffel) 등  다양하게 옷을 갈아입는 프린스와 루이15세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드 브노쥬 시음 와인.
루이15세 1995와 1996 빈티지.
◆30년 세월을 견디는 샴페인 루이15세
응접실에서 루이 15세 초상을 바라보며 드 브노쥬 기본급 샴페인 코르동 블루(Cordon Blue)를 시작으로 프린스 엑스트라 브륏, 로제,  블랑 드 블랑, 블랑 드 누아를 차례로 시음합니다. 드 브노쥬는 1988년 레드 품종인 피노 누아 100%로 빚은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를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인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루이15세는 1995년 1996년 두 개 빈티지를 비교 테이스팅합니다.  잔에 따른 골드 컬러는 보기만 해도 복합미가 느껴집니다. 코에 갖다 대는 순간, 오랜 효모 숙성이 선사하는 브리오슈 등 풍성한 빵의 풍미가 비강으로 전해지고 잘 익은 사과향이 이어집니다. 입안에 머금자 잼같은 과일향과 꿀향이 길게 이어지고 견과류향이 어우러져 깊은 복합미를 선사합니다. 놀라운 것은 30년이 넘었는데도 방금 병입한 것처럼 산도는 아주 신선합니다. 특히 산도 , 당도, 알콜이 어느 하나 치우침이 없이 완벽한 밸런스를 보입니다. 1995년 빈티지는 이런 루이15세의 매력이 더욱 극대화되는 모습니다.  루이15세는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를 절반씩 섞어 만듭니다. 
코르동 블루.
로제.
드 브노쥬의 엠블럼은 ‘강물’과 ‘기사단’입니다.  설립자 마르크는 이탈리아의 부호 딸과 결혼해서 스위스에서 살았는데 그때 마을에 흐르던 강이 바로 제네바 호수로 흘러드는 드 브노쥬 강입니다. 그 강의 흐름과 프랑스 왕가의 기사단중 가장 유명한 기사단인 성령 기사단을 상징으로 1851년 코르동 블루를 디자인해 샴페인 하우스의 심볼로 정했답니다. 드 브노쥬는 이를 레이블로 선택해 정체성을 담았습니다. 
루이 15세 300주년 스페셜 에디션.
루이15세 즉위 300주년 기념 청동조각상.
◆서울에 열린 루이15세 즉위 300주년 행사
2022년은 12살에 왕위에 오른 루이15세 즉위 300주년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해 드 브노쥬 하우스 앞에는 10월 25일 루이 15세의 실물 크기 청동 조각상이 세워져 성대한 제막식이 열렸습니다. 오른손에는 깃털 펜을, 왼손에 샴페인 글라스를 들고 앉은 모습으로 제작돼 샴페인을 유리병에 담도록 칙령을 만든 그의 업적을 전합니다. 페루 출신의 매우 재능 있는 프랑스 조각가 후안 카를로스 카리요(Juan-Carlos Carrillo)가 3개월동안 만든 작품입니다.
루이15세 300주년 스페셜 에디션.
한국을 찾은 질 드 라 바스티에르 CEO.
서울에서도 최근 루이15세 즉위 300주년을 기념해 루이15세 300주년 스페셜 에디션를 비롯해 등 다양한 드 브노쥬 와인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특히 현재 드 브노쥬를 이끄는 CEO 질 드 라 바스티에르(Gilles De La Basstiere)가  3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드 브노쥬 와인은 와이넬에서 수입합니다.  한국 와인시장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두배 넘게 볼륨이 커질 정도로 성장하고 있고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 소비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은 최근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드 브노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레스토랑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편하게 즐기며 와인을 마시다보니 전반적으로 와인 소비가 늘었고 샴페인도 많이 마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 음식과 샴페인이 잘 어울리는 것도 샴페인 소비가 늘고 있는 이유랍니다.”
루이 15세 즉위 300주년 기념 서울 행사.
질 드 라 바스티에르는 드 브노쥬가 다른 샴페인 하우스와 차별화되는 매력으로 병 디자인을 꼽습니다. “드 브노쥬의 카라프 모양 병 디자인은 아주 특별해서 한번 보면 절대 잊히지 않는답니다. 디자인을 특허등록해서 다른 와이너리는 이런 병 디자인을 사용 못해요.  오래 역사를 통한 양조 기술의 발전과 오랜 병숙성도 드 브노쥬를 매력적인 샴페인으로 만드는 배경입니다. 다른 와이너리는 블랑 드 블랑 또는 블랑 드 누아 하나를 특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드 브노쥬는 좋은 품질의 블랑과 누아를 다 잘 만든답니다.”
블랑 드 블랑.
블랑 드 누아.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영향도 궁금했다. “글로벌 워밍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포도 수확시기가 보통 9~10월이었는데 요즘은 8월말부터 수확을 시작하죠. 아직까지는 글로벌 워밍 덕분에 포도 잘 익는 도움됩니다. 하지만 글로벌 워밍이 계속되면 포도가 과숙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샴페인 하우스들의 양조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을까. “19세기부터 각 국가 소비자 취향에 따라 스타일을 다르게 맞춰서 만드는 유일한 와인이 샴페인이었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당분을 많이 넣죠. 하지만 요즘 글로벌 트렌드는 신선하게 마시는 와인이랍니다. 너무 헤비하거나 리치하지 않고 프레시하면서 우아하게 만들죠. 또 도사주(Dosage)를 할때 당분도 적게 넣습니다. 예전에는 브륏의 경우 리터당 잔당 10g 정도로 달게 마셨는데 요즘은 6g이며 최대 7g으로 당도를 제한합니다. 루이15세는 2008년 젖산발효(말로라틱)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샴페인을 더 신선하게 유지하려면 산도를 잘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루이 15세 2008 빈티지.
질 드 라 바스티에르 CEO.
샴페인과 잘 어울리는 한국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에서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는 치맥이 유명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샴페인과도 즐겨 보기를  추천해요. 샴페인의 산도가 치킨의 느끼함을 잘 잡고 고소함은 극대화시키기에 치맥보다는 치샴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답니다. 프랑스에서는 모든 음식과 즐겨 먹지만 특히 식전주나 립아이 스케이트와 잘 어울립니다.”

요즘 샴페인이 큰 인기를 끌면서 좋은 포도를 확보하는 경쟁도 매우 치열해지고 있다고 하네요.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알바니아, 브라질, 태국 등 많은 뉴마켓에서 샴페인이 없어서 못 팔아 지경으로 인기가 폭발적입니다. 하지만 그랑크뤼나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은 더 이상 늘릴 수 없기에 좋은 포도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매우 심해지고 있답니다. 드 브노쥬도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갈 계획입니다.”

상파뉴(프랑스)=글·사진 최현태 기자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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