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원희룡 "文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했다면 국정농단"

김유신 기자(trust@mk.co.kr),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2. 12. 1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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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이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통계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정농단'에 해당한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밝혔다. 부동산 통계 조작과 관련해 현 정부의 장관급 인사가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감사원이 최근 관련 조사를 완료한 가운데 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원 장관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은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통계를 내세워 실패를 성공이라고 국민을 속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 결정의 근거가 되는 통계가 왜곡되면 국가 정책이 왜곡되고, 그 결과는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국민의 주거와 직결되고 대다수 국민의 자산을 차지하는 부동산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부동산 관련 통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면 그것은 바로 '국정농단'"이라며 "국토부는 감사원 감사에 적극 협조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국토부, 통계청, 한국부동산원을 대상으로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에 나서 현장감사를 최근 종료했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부동산 가격 동향 조사를 할 때 표본을 의도적으로 치우치게 추출해 통계에 왜곡이 발생하게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엉터리 통계' 논란의 서막은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3년간 전국 집값은 11%, 서울 아파트값은 14% 올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한국부동산원 월간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을 근거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KB주택가격동향 자료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약 52%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장관에게 "(지난 3년간)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40%, 평균 매매가격은 44%, 중위가격은 42% 상승했다. 이 통계를 보고받은 적 있느냐"고 질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실거래가 기준 통계는 처음 본다"고 답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현장에서 본 집값 상승 체감도는 KB 통계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경우 2017년 5월 최고가 매물이 10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김 전 장관 발언이 나온 2020년 7월에는 19억원에 계약서가 오갔다. 3년2개월간 무려 81%나 올랐다. 하지만 통계 왜곡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 당시 국토부는 정부의 공식 통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국토부는 2020년 8월 "주택가격 변동률을 산정할 때 중위 또는 평균 매매가격을 활용하는 통계는 시장 상황을 과잉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한국감정원(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조사는 국제적 권고 방식인 '제번스 지수' 방식으로 생산되는 국가 승인 통계"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급기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부동산 통계 산정 방식을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부동산 실거래 현황이 정확하게 반영되는 실거래가 통계를 통해 부동산 정책의 토대가 되는 부동산 공공통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큰 도움이 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집값을 파악할 때 표본 수를 늘리고 민간기관이 참여하는 지수검증위원회를 신설하는 등의 개선안을 내놓았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부동산원의 통계 산정 방식은 오류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원의 '매매가격지수'는 표본 대상 단지 실거래가와 주변 시세 등을 종합해 부동산원 직원들이 '거래 가능한 가격'을 자의적으로 추산하는 구조다. 특정 단지 주변 시세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중이어도 부동산원 직원들이 찍어놓은 표본 대상 아파트에 거래가 없으면 '거래 가능한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부동산원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감정평가사는 "부동산원 직원들 상당수가 언론 보도 등을 관찰하며 주먹구구식으로 표본 시세를 올린다"고 털어놨다. 정부 입김에 따라 수치 왜곡이 가능한 구조라는 얘기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토부와 통계청, 부동산원에 대한 감사 기간을 지난 16일까지 7주 연장한 데 이어, 당시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홍장표 전 경제수석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최근 황수경·강신욱 전 통계청장도 각각 조사했다.

국민의힘도 이날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통계청과 국토부의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심각한 국기 문란"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걸 일부에서 신구 정권의 충돌로 해석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와 달리 이것은 국기와 관련된 부분이라 엄정하고 철두철미하게 밝혀야 할 문제라고 의견을 모았다"며 "정부도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하며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유신 기자 / 홍장원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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