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후끈해서 계절 잊었네”...이변 잇따랐던 겨울 월드컵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2. 12. 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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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개최하고도 흥행 성공
亞 강세·모로코 돌풍 등 주목
12년 만의 16강 이룬 韓축구
토너먼트 경쟁력 해결 과제로
서울 광화문에 모인 ‘붉은악마’ 응원단이 늦은 밤 영하의 날씨에도 열정적인 응원전을 펼치며 대표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한 달 동안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드디어 그 막을 내린다. 무려 300조원을 투자해 경기장과 공항, 호텔, 교통망 등을 만들며 이뤄진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사상 최초의 중동 개최는 물론, 처음으로 11월에 개최하며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동성애 차별과 외국인 인권 문제 등 어두운 면도 있었지만 축구적인 관점에서는 32개국 체제로 치러진 마지막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4년 뒤의 변화에도 축구팬들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변 또 이변...언더독들의 월드컵

카타르 월드컵은 변수가 많은 만큼 이변도 그만큼 많았던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월드컵은 유럽리그 휴식기인 6~7월에 열렸지만 이번에는 중동의 무더위를 피해 유럽 축구 시즌이 한창인 11월에 열렸다. 또한 카타르가 경기도 규모 영토의 작은 나라인 만큼 각 팀은 경기와 경기 사이에 도시를 이동할 필요도 없이 베이스캠프를 그대로 쓰면서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경기장들이 가까워 하루에 2경기 관전도 가능해지면서 흥행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

여러 변화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결과들도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대회 초반 돌풍의 중심은 아시아였다. 애초에 자동출전권을 얻어낸 개최국 카타르와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페루를 제친 호주까지 합류하면서 한국,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를 더해 역대 월드컵 사상 가장 많은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 6개국이 대회에 참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첫 경기에서 거함 아르헨티나에 2대1 역전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일본도 스페인과 독일을 꺾으며 세상을 놀라게 했고, 한국도 포르투갈에, 호주도 덴마크에 승리를 거두며 도박사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했다.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칼리파 AFC 회장은 한국과 일본, 호주까지 3팀이 16강에 오른 뒤 “아시아의 수준을 끌어올린 모든 회원국 협회에 공이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밖에서는 아프리카 국가이자 중동 문화권인 모로코의 4강 돌풍도 거셌다. 조별 예선에서 벨기에를 잡아내며 주목받기 시작한 모로코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두 이베리아반도 국가를 격침시키며 아프리카 최초의 4강 진출까지 이뤄냈다. 비록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 패하며 남미와 유럽이 아닌 국가로서 첫 결승에 오르겠다는 목표까지는 이루지 못했지만 눈부신 성과인 것은 여전하다.

16강 진출 韓, 벤투 이후를 준비하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객관적인 열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선전을 펼치며 국민에게 희망을 안겼다. 지난 3일(한국시간) 포르투갈에 2대1로 승리를 거두고 16강에 진출한 선수들이 경기장을 달리며 기뻐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무려 12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우루과이와 포르투갈, 가나 등 결코 쉽지 않은 강팀들이 모인 H조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하면서 16강에 오른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성적이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도 한둘이 아니다.

16강을 이룰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은 파울루 벤투 감독과 그의 사단들이 4년 동안 팀을 이끌면서 주도적인 축구를 한국 대표팀에 이식시킨 것이었다. ‘선수비 후역습’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공격 지역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축구는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다만 벤투 감독과의 재계약이 불발된 만큼 앞으로의 결정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새 감독 선임 작업을 내년 2월까지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 김학범과 최용수 등 국내파 감독이 언급되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사령탑의 국적 문제를 넘어 어떤 철학을 가진 감독을 통해 어떤 축구를 할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등을 비롯해 부상을 안고도 월드컵에 참여한 선수들, 대회 막바지 잡음이 일었던 트레이너와 의무팀의 갈등 문제 역시 대한축구협회가 조정하고 풀어야 할 문제들로 꼽힌다. 더 이상 개개인의 ‘투혼’이 아닌 ‘시스템’을 토대로 한 운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참가국이 늘어날 예정이기에 아시아 예선 통과를 넘어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48개국 모여서 새롭게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참가국 수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늘어난다. 이에 따라 FIFA의 수익 또한 많이 늘어날 예정이지만 그 대신 월드컵 본선의 운영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32개국 체제로 이뤄진 월드컵에서는 4개국이 8개조로 나뉘어 각 조 1-2위가 16강에 오르는 시스템을 써왔다. 특히 조별 예선 3경기 중 마지막 경기를 같은 시간대에 치르면서 극적으로 16강 진출 팀이 가려지는 경우가 나와 호평받기도 했다.

다만 4년 뒤에는 어떤 방식으로 승자를 가릴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애초에는 48개의 팀을 세 팀씩 16개 그룹으로 나눠 각 조 1위와 2위가 32강으로 진출하는 방식이 될 것이 유력해 보였다. 이 방식에서는 각 출전국의 조별 예선 경기 수가 3회에서 2회로 줄어들고, 최하위는 조기 탈락하게 된다.

다만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지난 17일 이사회를 마친 뒤 “세 팀으로 구성된 16개의 조를 짜는 방안에 대해 다시 고려해야 한다. 어쩌면 네 팀으로 구성된 12개의 조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4개 팀이 조별 예선을 치러야 극적인 장면이 더 자주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조별 예선을 현행 8개에서 12개로 늘려 각 조 3위 중 좋은 성적을 낸 8개국의 와일드카드로 32강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 또는 48개국을 24개국씩 2개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서 4개국씩 6개 조로 분할해 조별 예선과 토너먼트를 치른 뒤 각 그룹 승자가 결승전에 나서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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