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칼럼] 대한민국이 우울증이 세계 1등인 이유

김준호 휴 소아정신과의원 원장 2022. 12. 1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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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우리나라의 우울증, 특히 30대 이하 세대의 우울이 세계 1등인 이유를 되짚어 보려고 한다.

IMF 이전에 소아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들은 초·중등 시절까지 놀고 잘 쉬면서 대다수가 건강한 정신건강을 가졌다.

IMF 이후 전국민의 우울증 및 자살은 급속도로 증가했고 자살율은 25년 넘게 전세계 1등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도 우울증 증가에 큰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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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휴 소아정신과의원 원장

필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우리나라의 우울증, 특히 30대 이하 세대의 우울이 세계 1등인 이유를 되짚어 보려고 한다. IMF 이전에 소아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들은 초·중등 시절까지 놀고 잘 쉬면서 대다수가 건강한 정신건강을 가졌다. 1997년 우리나라에 IMF가 터지면서 대기업도 망하고 가게나 사업이 망하고 직장을 잃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IMF 이후로는 '공무원과 대기업에 들어가야 하고 전문직을 해야 경제가 어려워져도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IMF이후 출생 세대나 그 당시에 초·중학교를 다닌 세대들은 참 불쌍하다. IMF 이후 전국민의 우울증 및 자살은 급속도로 증가했고 자살율은 25년 넘게 전세계 1등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도 우울증 증가에 큰 기여를 했다. 교과 내용을 점점 저학년으로 내려보낸다. 평등은 기회의 균등이 맞는데 마치 결과의 평등이 올바르다고 변질됐다. 전형을 복잡하게 만들어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서 똑똑하고 힘있는 부모들만 자기 자녀들을 좋은 대학교에 보낼 수 있게 했고 학교 내신으로만 대학을 진학하는 수시제도가 생기면서 명문 학교 1등과 시골 혹은 안 좋은 고등학교 1등이 똑같이 취급 받는 불평등이 생겼다. 교내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영어 실력이 출중한 학생이 상 받는 게 아니라 내신 전교 1등, 2등 아이에게 상을 준다. 아이들은 중·고등학교부터 불합리나 불평등을 느끼게 되고 꼼수를 배우게 됐다.

일부 사립고에서는 교사가 시험문제를 빼돌려 자기 자녀에게 전달해 전교 1등으로 만들고 유명인사는 자녀의 일부 경력이나 이수 내용을 허위로 작성해 의전원에 보냈다. 정시에서는 고3까지의 최종적인 실력향상이 중요했는데 수시는 이미 고1 입학 때 성적이 좋아야 하고 내신이 좋아야 한다. 같은 학교의 친구들끼리 경쟁이 심화되고 내가 같은 학교 친구보다 학교 시험을 잘 봐야 좋은 대학을 가게 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 수시제도가 입시의 80-90%를 차지한 적도 있다. 너무 어려서부터 1년, 아니 2-3년 이상 선행 학습을 함으로써 자기 나이의 두뇌로서는 인지할 수 없는 것들을 공부하라고 강요받았다.

삐아제의 인지발달을 기본으로 해 가르쳐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빠르면 좋다,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은 과도한 학습과 조기교육을 유발했고 그 결과 소아 청소년 우울이나 건강하지 않은 정신상태를 유발하게 됐다. 처음엔 중2병이 생겼고 나중에 초4병, 미친 일곱 살이란 말들도 생겼다. 정상적으로는 청소년기가 되면서 현실적인 꿈이 생기고 미래에 대한 계획이 생기게 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IMF이후 세대의 아이들은 청소년기 이전에 이미 지쳐있고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시기에 패잔병이 됐다. 심지어 서울대에 들어간 재학생들 중에서도 거의 50% 가까이의 학생들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천안함 사건, 코로나사태, 이태원참사가 전국민을 우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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