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받기 힘들다"… `반값 상장`도 쑨 IPO
하락 장세에 상장 철회 줄이어
내년 1분기 기업공개시장 암울
'따상'과 '따상상' 바람으로 국민적 열풍을 몰고 왔던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올 하락 장세에서 크게 위축됐다. 연말까지 상장 철회와 연기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으며, '몸값'을 절반 이상 깎고 나온 기업도 투자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지는 못했다. 내년까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 보이는 데다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새해IPO 시장도 활기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된 기업(예정 포함)은 단 5개사다. LG에너지솔루션, 쏘카, LX세미콘, 수산인더스트리가 상장돼 거래 중이고 바이오노트가 이달 22일 상장 예정이다.
코스닥시장의 올해 상장 기업은 코스닥 66개사로 시장 전체로는 총 71개사(스팩, 재상장 제외)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16개사, 코스닥 시장에 75개사가 입성한 것과 비교하면 일 년 새 눈에 띄게 감소했다.
'IPO 성수기'라는 12월이지만 바이오노트 외에 이달 상장한 기업은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 뿐이다. 에스에이엠지엔터는 지난 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특히 올해는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하거나 일정을 연기한 기업이 많았다. 지난 1월 '상장 3수생'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철회를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바이오인프라, 자람테크놀로지 등이 상장을 철회했고 골프존커머스, CJ올리브영, 태림페이퍼, 케이뱅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밀리의 서재, 제이오 등은 상장 계획을 미뤘다.
우회상장 통로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가 인기를 모았지만 이마저 공모 철회가 앗따르고 있다. 올해 상장한 스팩은 43개로, 지난해(25개)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미래에셋드림스팩1호와 유안타11호스팩에 이어 미래에셋비전스팩2호와 유안타12호스팩 등 총 네 곳이 코스닥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금리 상승이 지속되며 공모 성공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균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일이었던 스팩 공모에서 최근 미달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달 초 일반 청약을 실시했던 NH 스팩 27호와 IBKS 21호 스팩은 각각 0.58 대 1, 0.95 대 1의 청약 경쟁률로 미달을 기록했다. 스튜디오삼익과 IBKS 제13호 스팩 간 합병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거래소의 심사 승인까지 마친 스팩 합병이 불발되는 일은 드물다. 업계에선 당분간 스팩 설립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에 성공한 회사들도 시장에서 제 값을 받기도 어려웠다. 희망 공모가밴드의 하단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상장한 기업이 늘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4분기 기준 IPO 기업들 중 공모가 밴드 하단 미만 기업의 비중은 50.0%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다.
올해 마지막 상장기업인 바이오노트의 경우 '반값 할인'에 나섰다.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자 공모가를 희망범위(1만8000~2만2000원) 최하단에서도 절반을 깎은 9000원으로 정했다. 당초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2조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확정된 공모가로는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일반투자자 청약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지난 14일 마감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경쟁률은 14대 1로 집계됐다. 청약 증거금은 약 1959억원이 모였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5일 기준 약 45조원대다. 지난 2020년 6월 수준으로 2년 6개월만에 최저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CMA (종합자산관리계좌) 잔액 또한 지난 11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6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공모주펀드에서도 올해 3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출되면서 자산 규모가 반토막이 됐다. 지난해 말 8조원에 달했던 공모주펀드 순자산은 3조원대 후반 수준이다. 박 연구원은 "청약 증거금도 올해 10월 누적기준 313조원으로 2021년 대비 약 60% 줄어든 수준"이라면서 "공모주펀드 설정액 추이 역시 약 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7%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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