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이란 `국민 여배우` 알리두스티, 정부 비판하다 체포

이란의 유명 여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사진)가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알리두스티는 지난 9월부터 석 달 넘게 이어진 '히잡 시위'를 지지하며 정부를 비판해왔던 인물입니다. 그녀의 체포는 플랫폼을 사용해 정권을 비판하고 있는 유명인사, 예술가들을 본격적으로 단속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17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알리두스티가 허위 정보를 게시하고 사회 혼란을 조장한 혐의로 이날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습니다. 자택 압수수색도 당했다고 합니다. 최근 알리두스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위대에 대한 당국의 사형 집행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었지요. 알리두스티는 시위 참가자 모센 셰카리(23)의 사형이 집행됐던 지난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당신의 침묵은 억압과 독재에 대해 지지를 의미한다"며 시위 참여를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 정부의 이런 잔혹한 사형 집행에 국제단체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류의 수치"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지난달에도 알리두스티는 인스타그램에 히잡을 벗은 채 긴 머리를 늘어뜨린 자신의 사진을 게시하며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연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요. 당시 히잡을 쓰지 않은 그의 사진은 100만명 이상이 조회했습니다. 결국 팔로어 800만명을 자랑하던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폐쇄됐습니다.

알리두스티는 이란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입니다. 10대 때부터 이란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 '이란의 내털리 포트먼'으로 불려 왔지요. 그녀는 2017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에서 주인공을 맡았고, 올해 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사이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도 출연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습니다.

알리두스티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 예전부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2016년 칸 영화제 수상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에서는 팔꿈치 안쪽에 페미니즘 지지를 상징하는 문신을 새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란 내 보수층의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2019년 유가 인상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을 때도 이란인이 시민이 아닌 포로와 다름없는 처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살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넉 달째입니다. 이번 시위는 주로 10대와 20대 여성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가 강경 진압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피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