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사전에 막으려면 기획수사 확대·전문인력 확충 필요"
패권경쟁 심화로 매년 범죄 증가
3년간 전체 사건의 12.9 % 처리
수사 역량 강화·전문성 더 높여
지능화·고도화 범죄에 대응해야
형량 강화·관할집중 의견도 제시
"해외 기술 유출을 사전에 막으려면 기획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김윤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기술 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기술 범죄 소송의 관할집중이 필요하다."(정지은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 부장검사)
"디지털 첨단 과학수사를 강화하고, 독립된 기술경찰조직으로 수사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이원재 법무법인 율촌 변리사)
특허청이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개최한 '기술경찰 중장기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포럼'에서 기술유출·침해 범죄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들은 특허청 기술경찰이 앞으로 '기술범죄 수사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간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유출·침해 범죄도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범죄 수법이 고도화·지능화·다양화되면서 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 규모도 커져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56조원에 달하는 등 막대한 국가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기술 보호 수준은 기술 역량에 비해 상당히 취약한 실정이다. 특허청 기술경찰은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고, 중소·벤처기업들의 특허권, 영업비밀, 디자인권 침해·유출 범죄 수사를 위해 2019년 설립됐다.
김시형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기술경찰은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국가 전체 기술 유출·범죄 침해 사건의 12.9%를 처리했고, 혐의 입증이 어려운 기술범죄에서 정확하고 적극적인 수사로 기술 침해 전체 형사기소율의 2배에 달하는 16.5%의 기소의견 송치율을 기록해 전문성을 입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사인력 부족과 수사 과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보완하기 위한 법·제도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기획수사 확대·장기근속 통해 전문성 강화=전문가들은 기술경찰이 수사 역량과 전문성을 높여야 기술범죄 수사 전문 조직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윤희 김앤장 변호사(전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장)은 "기술 유출·범죄 사건은 고소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하는 비율이 86%가 넘는데 반해, 기획·인지수사 비율은 2%에 불과하다"며 "기술 피해 발생 후 수사는 기업 등 피해자의 권리보호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기술 유출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기술경찰의 기획·인지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기획수사 확대는 결국 기술경찰의 장점인 '기술 전문성'에 더해 취약한 부분인 '수사 전문성'을 높여주는 시너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훈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전 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지원센터장)는 "기술경찰의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포렌식 등 최신 수사기법을 검찰, 경찰, 국정원 등 유관기관과 실질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수사 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잦은 인사 이동으로 약화될 수 있는 수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장기 근속과 이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구민 성신여대 교수(전 특검 과학수사팀장)도 "기술경찰의 수사 전문성 확대를 위해 실무 중심의 교육과 3년 이상의 장기 근무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수사범위 확대·양형기준 및 관할집중 추진=기술경찰의 수사직무 범위 확대와 기술범죄의 형량 강화 및 관할집중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정지은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장검사(전 법무부 법무과장)는 "국가적 손실이 막대한 기술범죄의 형량은 다른 범죄에 비해 낮고, 법원 선고도 일관성이 다소 떨어지는 만큼 수사 초기부터 범죄 양형 사유 등을 치밀하게 따져 피해자를 제대로 구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기술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 확보와 양형의 가중, 감경인자 수정, 피해자 진술권 강화, 기술범죄에 전문성이 있는 법원으로 관할집중하는 방안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호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영업비밀 침해 전반으로 확대하고, 실용신안과 산업기술 침해 등으로 기술경찰의 수사직무를 넓혀 기술범죄 수사 공백을 해소하는 한편 현재 제한된 국세청의 과세기록 등 관계기관에 수사 관련 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도선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기술경찰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와 기술을 다루는 민간기업, 연구기관 등과의 교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수사 인력 증원·독립적 수사단 신설=기술경찰의 조직과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원재 법무법인 율촌 변리사(전 특허청 기술디자인특사경과 기획팀장)은 "디지털 증거에 대한 포렌식 분석 등 첨단 과학수사를 강화하고, 기술경찰 직무범위 확대를 대비해 새로운 지원조직 신설이 필요하다"며 "기술경찰이 기술범죄 수사·조사를 총괄할 수 있도록 특허청장 또는 차장 직속이나 독립된 전담 조직으로 두는 방안도 논의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헌희 경상국립대 교수(전 지재위 전문위원)은 "기술 범죄 전문인력을 확충해 과학수사기능 강화와 최신 수사기법 역량을 갖춰 지능화·고도화되는 범죄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곽문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 경정은 "기술경찰이 기술범죄를 효과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검찰, 경찰, 정보기관 등과 협력 범위를 넓히고, 인터폴 등 국제 공조를 통해 기술 범죄자의 해외 출국에 따른 신병 확보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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