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격 능력 행사'에 한일 입장차… 대북 공조에도 영향?

한반도 안보 사안에 韓 "동의 필요" vs 日 "불필요"
전문가 "유사시 '일본의 역할' 대해 美와 협의해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일본 정부가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이른바 '3대 안보문서'를 통해 자위대의 '반격 능력'(적(敵) 기지 공격력)을 보유를 공식화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맞서 반격 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경우 우리 정부의 사전 동의 여부를 놓고 한일 양국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자칫 대북 공조가 흔들릴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은 지난 16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자국의 외교·방위정책 기본방향을 담은 '국가안전보장전략'을 비롯해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3개 문서를 연이어 개정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들 문서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반격 능력 보유'를 명문화했다.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은 과거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 재임 때부터 '적 기지', 즉 북한 내 탄도미사일 기지로부터 명백한 공격 징후가 포착되고, 일본이 보유한 수단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될 땐 선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공격용 무기(적 기지 공격력·반격 능력)를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에 따라 유사시 자위대가 북한 내 미사일 기지 공격을 결정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분명치 않단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일단 "일본의 반격능력 행사 때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에 중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사전에 우리와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 행사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인 만큼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게 아니다"며 우리 외교부와 다른 설명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일본 영토·영해·영공 내에서 자위권을 행사하는 데는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고 해도 자위대가 북한 공격을 위해 한반도로 전력을 투사하고자 할 땐 상황이 달라진다"며 한일 군사당국 간에 이 부분에 대한 이견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관련 논란이 더 첨예화되기 전에게 우리나라·일본과 각각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이 개입해 각자의 역할을 정리해줄 필요가 있단 의견도 제시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 때문에) 한일 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이 공격해오면 한국과 일본은 각각 한미동맹·미일동맹에 기초해 미국과 함께 대응하게 돼 있다"며 "미국이 (한일 간) 협력을 조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유사시 일본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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