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정 곳곳 위기 신호[세종관록]
“재정관리 체계와 규율,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희망 없어”
기획재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1년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 집계 결과’는 예상은 했지만, 여러 측면에서 충격적이다. 간단히 얘기해서 더 이상 “한국의 재정이 선진국에서 양호하다”는 나태한 생각을 하다가는 나라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지표로 확인된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우리나라 D2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주요 선진국 비기축 통화국 평균에 도달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나랏빚을 파악하는 통계는 국가채무(D1)와 D2, D3 등으로 나뉜다. D1은 중앙 및 지방정부의 회계·기금의 채무를 현금주의 기준으로 파악한 것이다. D2와 D3는 발생주의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현금이 들어오고 나간 것만 파악하는 D1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부채 지수라고 할 수 있다. D2는 D1에 비영리공공기관 채무를 더한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비교의 기준이 된다. D2에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모두 포함한 D3는 가장 폭넓은 의미의 부채다.
지난해 우리나라 D2 비율은 51.5%로 주요 선진국 중 비기축 통화국 평균(56.5%)에 바짝 접근했다.D2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국가 간 부채를 비교할 때 활용하는 기본 지표다. 나랏빚은 그 나라의 대외 신인도와 국가신용등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옛날부터 “나랏빚이 많으면 결국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 재정을 망친 원흉은 문재인 정부다. 우리나라 D2 비율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만 해도 40.1%에 불과했지만, 문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의 결과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문 정부 5년간 D2 비율 증가율은 무려 11.4%포인트에 달한다. 우리나라 역대 어느 정부도 이렇게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빚을 미래 세대에 떠넘긴 전례가 없다. 나라 살림살이로 보면 문재인 정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재정을 망친 정부’라는 역사의 평가를 피할 길이 없다.
최근 우리나라 D2 비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중앙 정부가 나라 살림살이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복지를 남발하고,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D2가 1066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초로 1000조 원을 돌파한 세부 내역을 분석해 보면, 중앙정부 부채가 한 해 사이에 무려 117조8000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방정부 부채 증가액은 6조9000억 원에 불과했다. 빚이 폭증한 주된 원인이 지방정부가 아니라 중앙정부에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온갖 선심성 복지 정책을 펼친 결과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요인도 분명히 존재했지만,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에도 문재인 정부의 재정 정책은 이미 ‘폭망’의 길을 걷고 있었다.
지난해 D2에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더한 가장 광의의 부채인 D3도 사상 처음으로 1400조 원을 넘어서면서 1427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D3 비율도 68.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등으로 재정이 사실상 파산 상태인 공기업이 즐비하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D3 비율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나랏빚 대폭 증가를 피할 방법이 없다. 기재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2022년 12월호를 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는 43조1000억 원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살이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무려 86조3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무려 110조8000억 원(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라 살림이 적자를 기록하면 결국 나랏빚이 늘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국 재정의 미래가 암울하기 그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선거에서 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선심성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에서 절대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빌미로 삼아 윤석열 정부의 재정 건전성 확보 시도에도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재정준칙을 강력하게 법제화하는 등 재정 규율을 근본부터 뜯어고치지 않으면 우리나라 재정은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저출산·고령화, 성장잠재력 하락 등 어려운 중·장기 재정 여건을 감안해 재정준칙 법제화 등 재정 건전성 관리 노력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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